▲Seated Man, Roelandt Savery (Flemish 1576~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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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누더기를 두르고 길바닥에 앉아있는 홈리스의 모습은 400년 전에 그려진 스케치이지만 이질적이지 않다. 베를린을 여행하며 내가 본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라는 거리감도 없다. 사베리의 스케치는 400년 전 프라하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금도 세계 어디를 가든 흔히 보게 되는 모습이다. 그의 스케치를 존 버거는 '현재 진행형'이라 명명했다.
나는 그날 베를린 길바닥에 앉아 있던 홈리스 남성을 종이에 옮겨 그렸다. 다 그린 뒤 오른쪽 아래에 날짜와 장소를 써넣었다. '2019년 5월 28일 베를린'. 베를린에는 부자도 살고 홈리스도 산다. 몇 백 년 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나의 스케치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