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다고 얕봤다가 큰코다칠 뻔한 북오름과 거린오름

등록 2020.12.18 09:33수정 2020.12.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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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일 금요일, 금오름나그네 7명이 안덕면 동광리에 있는 북오름과 거린오름에 올라갔다. 먼저 원물오름과 감낭오름을 다녀왔고, 두 번째로 같은 동광리에 있는 두 오름을 오른 것이다. 모두 100m가 안되는 낮은 편에 속하는 오름이다. 먼 표선에서 왔기에 한 번에 많은 오름을 계획했던 것이다.
 
북오름 안내판 안내판 사진과 글이 낡았다. 그래서 옆에 작은 것을 세웠나 보다.
북오름 안내판안내판 사진과 글이 낡았다. 그래서 옆에 작은 것을 세웠나 보다. 신병철
 
내비의 안내에 따라 북오름에 도착했다. 입구를 겨우 찾았다. 오름 안내판이 있었다. 등산로 지도를 보고 탐방계획을 세운다. 별다른 계획도 없다. 일단 정상에 올라갔다가 반대편으로 내려가서 그쪽 입구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정하면 되겠다 싶었다.


오름의 모양새가 북을 닮았다 하여 북오름(鼓岳), 혹은 맞닿아 있는 거린오름의 북쪽에 위치한다 하여 북오름(北岳)으로 불린다는 설이 있다. (안내판 글) 북 모양이라 북오름이 되었다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표고는 314.3m, 비고는 84m로 낮은 편에 속한다.
 
수선화 북오름 정상에 수선화가 많다. 꽃도 피었다.
수선화북오름 정상에 수선화가 많다. 꽃도 피었다. 신병철

정말 금방 올라왔다. 정상에 수선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먼저 자란 놈이 띄엄띄엄 꽃을 피우기도 했다. 수선화 종류가 많은데, 가장 흔한 수선화다. 막 피기 시작한 수선화라 그런지 이쁘다.

산 정상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수선화, 누가 심었을까, 아니면 자생일까? 의견이 분분하다. 제주 서쪽에 이런 수선화가 산과 들에 많다. 그래서 이런 논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결론은 '모르겠다'였다.
 
북오름 둘레길 반대편으로 내려갔더니 둘레길이 나타났다.
북오름 둘레길반대편으로 내려갔더니 둘레길이 나타났다. 신병철

반대편으로 내려갔다. 남자들 셋이서 먼저 가서 없어져 버렸다. 둘레길을 만나 어디로 갈까를 정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왼쪽으로 가면 말굽형 분화구 안으로 갈 수 있다. 분화구 안을 가지 않고 오름을 갔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면서 왼쪽 길을 택한다.

둘레길은 입구 안내판에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오름 아랫자락이라 길도 좋다. 거리가 제법 된다. 북오름의 분화구 안은 언제 통과했는지 알기도 전에 두 오름 중간에 도달했다.   
 
말굽형 분화구 터진 부분 어느 오름의 분화구인지, 분화구가 경작지가 되었다.
말굽형 분화구 터진 부분어느 오름의 분화구인지, 분화구가 경작지가 되었다. 신병철

건너편 거린오름이 보인다. 두 오름 중간에 넓게 터진 공간이 나타났다. 경작지로 개간되어 작물이 파랗게 자라고 있다. 지도로 검색해 보았다. 경작지인 곳은 분화구 쪽이 아닌 두 오름의 터진 분화구 반대 방향, 즉 오름의 뒤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둥글게 돌아서 북오름과 거린오름 중간에 오자 거린오름 들어가는 철조망 문이 보였다. 소나 말이 통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만든 문이다. 옆에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문이 대부분 있는데, 여긴 없다. 

미리 조사해 본 바에 의하면 거린오름은 북오름과 갈려진 오름이란 뜻이라고 했다. 북오름과 갈라진, 걸러진, 그래서 거린오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거린오름이란 이름을 가진 오름이 몇 개 된다. 모두 그런 뜻이었을까?


금새 정상에 도착했다. 무슨 뽀족한 정상이 아니라 분화구 능선 중에서 높은 데에 불과하기 때문에 펑퍼짐하다. 긴 의자 세 개가 놓여 있다. 7명이 세 의자를 차지하고 휴식하며 간식을 먹는다. 삶은 계란, 감귤, 따끈따끈한 모과차... 좋다.
 
거린오름 내려가는 길 산방산이 보이니 남쪽으로 내려갔나 보다.
거린오름 내려가는 길산방산이 보이니 남쪽으로 내려갔나 보다. 신병철
 
올라 온 길이 아닌 쪽으로 내려간다. 능선이 넓디넓어 방향 감각이 없어져 버렸다. 멀리 산방산이 보이니 남쪽으로 내려갔나 보다. 아래에 도착하니 포장도로가 가깝다. 5시가 넘어가고 있다.

그제야 휴대전화의 지도를 보고 방향을 잡아 걷는다. 거린오름 아랫자락 남쪽에서 서쪽까지 걸어야 했다. 어둑어둑해져 오고 있다. 걱정이 막 들 즈음에 철조망 문이 보였다. 60~70대 남녀 일곱이 산속에서 헤맬 뻔했다.  
 
북오름과 거린오름 탐방로 걸은 거리가 제법 되었다. 어두워져서야 내려왔다.
북오름과 거린오름 탐방로걸은 거리가 제법 되었다. 어두워져서야 내려왔다. 신병철

멀리 표선에서 안덕까지 와서 나즈막한 오름 4개를 오르는 데 성공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사히 넘겼다. 낮은 오름이라고 무시할 일이 아님을 알았다.


우리가 사는 동네 표선에 가서 이 시기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 한다. 음식점 선택할 차례가 된 임 사장님이 미리 잘 아는 음식점에 과메기쌈을 준비해 두었다. 한 시간 넘게 걸려 표선에 와서 막걸리를 곁들여 과메기쌈을 먹고 불콰해졌다. 

오늘부로 원물오름, 감낭오름, 북오름, 거린오름과 아는 사이가 되었다. 반가웠다.   
#북오름 #거린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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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낚시도 하고 목공도 하고 오름도 올라가고 귤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아참 닭도 수십마리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들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도 두마리 함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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