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래골 복순씨 생일잔치' 공연 사진
산내놀이단
"시골엔 겨울이면 약장수가 와요. 동네에 젊은 사람 세 명이서 '어른들은 뭐가 좋아서 저렇게 가서 사 오실까' 해서 가봤더니 약장수들을 보고 어르신들이 엄청 재미있어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어르신들 약장수한테 안 가시게, 우리가 저렇게 웃겨드리자' 생각하게 된 거죠. 그래서 동네 청년들 모아 놀이단을 만들게 된 거예요." (안오순 단장·용춘란 교육부장)
동네방네 포스터도 붙이고, 각 마을 이장님들과 면사무소에도 도움을 청했다. 청년회, 농민회에서는 차량 운행을 도왔고, 동네 사람들이 떡국도 끓였다. 어르신들을 위한 간식과 선물도 준비했다. 이름하여 '산내겨울놀이마당'이 펼쳐졌다.
첫해 준비한 작품은 '춘향전'이었다. 네 번에 걸쳐 이어지는 마당극에 어르신들이 좋아하실 만한 차력쇼도 선보이고, 트로트 노래도 불렀다. 말 그대로 온 동네가 한바탕 떠들썩하게 놀았다. 어르신들과 주민들의 반응도 상상 이상이었다.
"첫 공연이 정말 대박 났어요. 우리가 너무 열심히 하니까 그 진심이 느껴졌는지 첫 공연에 200명 정도의 어르신들이 오신 거예요. 할머니들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춘향전은 다 아는 이야기잖아요. 뻔한 스토리인데도 첫 공연 끝나고 나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하시는 거예요(웃음).
처음에 다들 회비 내고 시작했는데, 첫 공연 끝나고 후원이 정말 많이 들어왔어요. 그래서 그다음 해 준비하는 게 엄청 신이 났죠. 그 후로 매년 겨울 공연을 목표로 두고, 각자 할 일 하다가 겨울에 모여서 공연을 했죠." (안오순 단장·용춘란 교육부장)
놀이마당에 참여한 단원들은 모두 산내 주민들이었다. 한동네에 산다고는 하지만, 연습 두 달 만에 한 편의 극을 무대에 올린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단원들 대부분은 생전 연극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네 번의 공연이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배우 일정이 안 맞아서 어떤 역할은 도중에 배우가 바뀌고, 부끄러워서 그만두는 배우도 있었고. 난리도 아니었죠. 한마디로 대책 없이 시작한 거죠." (안오순 단장·용춘란 교육부장)
안오순 단장도, 용춘란 교육부장도 그렇게 빠진 배우의 자리를 채우다가 산내놀이단의 배우가 됐다.
이렇게 얼떨결에 왔다가 다 함께 어울려 노는 재미와 어르신들 깔깔 웃으며 좋아하시는 모습에 푹 빠져서 단원이 된 사람이 여럿이다. '산내놀이단'이 일종의 산내면민 통과의례가 됐다고 할 정도로 많은 주민이 산내놀이마당에 함께했다. 지금도 산내면으로 이사 온 사람들은 어김없이 안오순씨의 손에 이끌려 산내놀이단으로 모셔진단다.
'배꼽도둑' 산내놀이마당만의 특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