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대의원대회환경운동연합 전국대의원 100여 명이 영풍제련소 제1공장 앞 낙동강변에서 영풍제련소 폐쇄촉구 현장 액션을 벌이고 있다.
정수근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정수근의 방식은 옛날 방식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거버넌스로 가야한다고, 이제는 투쟁이 아니라 교육이라고, 반대만 해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거버넌스도 중요하고 교육도 중요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는 소모적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언제나 답은 현장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틀렸다고 말하는 정수근의 활동은 환경부를 움직이고 수자원공사를 움직여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각종 협의체를 발족시켰습니다. 거버넌스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시민교육에 쓸 수 있는 지원을 이끌어냈습니다. 수자원공사 대구경북 지역본부가 운영하는 보현산댐협의회가 그렇고 낙동강사람들이 그렇고 낙동강 상류(영풍제련소~안동댐) 환경관리 협의회가 그렇습니다. 그의 활동으로 많은 이들이 거버넌스 테이블에 초대되었고 부족하나마 민관 협의의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정수근은 우리 곁에 없습니다. 아!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닙니다. 심신이 피로해서 잠시 쉬고 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50년 평생의 절반 가까이를 환경운동가로 살아온 사람이 활동을 접고 2년째 칩거에 들어간 것은 어쩌면 사망선고에 가깝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여전히 정수근을 아끼는 이들은 그를 세상밖으로 끌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이 추천서도 그런 노력의 일환입니다. 사단법인 세상과 함께가 제정한 삼보일배 오체투지 환경상은 정수근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고, 양쪽 무릎과 팔꿈치와 이마를 땅에 대며 절하는 것은 보통의 마음으로는 행하기가 어렵고 지속하기는 더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며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고소고발의 위험이 상존하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 번듯한 직위 한번 탐내지 않고 폼도 안 나는 현장에서 약자들과 연대하며 개인에게 돌아오는 직간접적 불이익을 감내하는 일은 어쩌면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행하는 길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이해관계가 복잡한 환경쟁점의 한 가운데에서 늘 묵묵히 약자들과 뭇 생명들과 함께 했던 사람입니다. 현실은 팍팍하더라도 더 큰 것을 보고 가다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줄 거라 믿으며 꿋꿋하던 사람입니다. 쉽고 빠른 길보다 어렵고 힘든 길을 가던 사람입니다. 그가 지난 20년 간 환경파괴와 오염의 현장을 꾸준히 기록하였듯이 이제는 우리가 그를 삼보일배 오체투지의 이름으로 기록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걸어온 길이 실패의 역사로 남지 않도록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