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당시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10년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성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이자 '방통대군'으로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010년 12월 31일 '종합편성채널(종편)' 승인 대상 사업자를 발표했다. 그의 입에서 <중앙일보> <조선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가 차례차례 호명되자 언론사들 희비가 엇갈렸다.
탈락자들의 탄식 못지않게 승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KBS, MBC, SBS 등 3곳뿐이던 기존 '지상파 종편' 시장에 신규 종편 4곳이 한꺼번에 들어갈 만한 공간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괴물 종편'의 탄생이었다.
MBN만 문제였을까? "자본금 불법·편법 모금 안 한 데 없었다"
10년이 가까워오면서 무리한 종편 사업자 선정의 부작용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 MBN은 종편 최초 승인 당시 600억 원대 자본금 편법 충당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6개월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재승인 기준 점수에도 미달해 지난 11월 17가지 조건을 걸고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JTBC만 재승인을 무사히 통과했을 뿐 다른 종편 사정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 4월 심사 점수 과락으로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던 TV조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 건수 연간 5건 이하'라는 재승인 조건을 지키지 못해 재승인 취소 위기에 몰렸고, 채널A도 이동재 전 기자의 '검언유착'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재승인이 취소될 수도 있다.
종편들이 퇴출 위기에 몰린 상황을 미디어계에선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종편 당사자들은 말을 아끼는 가운데,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지난 11월 23일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방송통신위원회의 존립 이유를 묻는다')이 눈길을 끌었다.
윤 교수는 당시 MBN 방송 중단 조치에 대해 "결국 이 사태의 뿌리에는 방송 사업 진입을 일종의 '머니 게임'으로 만들어 무리한 투자 유치 약속과 편법 납입을 유도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과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종편 선정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최소 납입자본금을 3천억 원 이상으로 높게 정하고 중요한 선정 기준으로 삼은 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야당(더불어민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이었던 양문석 전 위원은 "윤 교수 주장은 종편 사업자가 1~2개였다면 설득력 있었을 것"이라면서 "종편 4개가 한꺼번에 나가면서 자본금 부족 문제를 일찍 해결할 수 없었고 10년이 지나서 터진 것"이라고 밝혔다. 최소 자본금 액수가 너무 높아서가 아니라, 사업자를 너무 많이 선정한 게 더 문제였다는 얘기다.
양 전 위원은 "처음에 나는 최소 자본금을 1조 원 정도로 올려 1군데만 주자고 했고 최시중 전 위원장은 (여러 곳에 주자며) 1천억 원을 얘기했다"면서 "결국 6천억 원으로 밀렸다가 3천억 원에 합의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후보가 6곳이었는데 3천억 원씩 하면 자본금 1조 8천억 원으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규모였다"면서 "MBN만 내부 고발과 증거가 나왔을 뿐 당시 불법, 편법 모금 안 한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6년 전 종편 자본금 의혹 제기에 손놓은 방통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