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3일 수능을 치른 고3들에겐, 12월 말까지가 고등학교 와서 처음 경험하는 '진짜 방학'이다. 고작 20일에 불과한 데다 방역지침이 강화되어 바깥출입조차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들에겐 마냥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다. 아이들은 하루하루가 너무 아깝다고 말한다.
하지만 '태풍 전야'일 뿐이다. 당장 수능 성적이 발표되는 12월 23일 이후에는 다시 전쟁 같은 대입 전형에 골머리를 썩여야 한다. 2021년 1월 7일부터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시작된다. 논술 전형에 응시했거나 대학별 고사를 치러야 하는 수험생이라면, 그 짧은 여유조차 누릴 수 없다.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뒤엔 교사와 학부모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합격 전략을 세워야 한다. 대학마다 영역별 반영 비율과 조건이 다 달라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시기다. 경험 많은 진학 담당 교사의 혼조차 빼놓는 게 우리나라의 천차만별 대입 전형이다.
교육과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교사조차 대입 전형 앞에서는 움찔한다. 아무리 관련 연수를 열심히 찾아 듣는다고 해도 별반 소용이 없다. 해마다 전형 요소와 절차가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데다, 무엇보다 대학의 숫자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고3 교실마다 전국의 대학별 전형을 모아놓은 책이 꽂혀있는 이유다. 판형도 큰 데다 쪽수가 무려 1500쪽에 이르는 '벽돌 책'이다. 한 손으로는 들 수도 없고, 웬만한 가방에는 들어가지도 않는 크기다. 얼추 영역별 수능 대비 문제집을 한데 모아놓은 분량이다.
아이들은 수능 공부하기도 버거운데 전형 안내서까지 챙겨 읽어야 하느냐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라는 거다. 그렇다고, 담임교사가 전형을 섭렵한 뒤 아이들의 적성과 진로, 성적을 고려해 족집게처럼 대학과 학과를 추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시모집 원서 쓰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오산이다. 예년의 대학과 학과별 배치표를 참고하여 수능 점수에 맞춰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을 여럿 봤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종합전형, 논술 등 수시모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호들갑 떤다며 나무라는 경우마저 있다.
당사자인 고3 수험생에겐 수능을 치르는 것 못지않게 부담스러운 절차다. 진로가 확고부동하거나 재수도 불사하겠다면 모를까, 성적에 맞춰야 한다면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지원하느냐는 건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도박판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말 그대로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에 견줘 줄어든 건 맞지만, 어떻게든 붙고 보자는 아이들이 여전히 다수다. 중고등학교 시절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어선지, 학과보다는 대학 '간판'에 연연한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심한데, 중하위권 대학의 경우 합격해도 휴학과 자퇴가 빈번한 이유다.
'눈치싸움'의 서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