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텐트아이들은 따뜻한 교실에 텐트를 쳤고 교사들은 학생 관리 차원에서 복도에서 준 야외취침을 했다.
안사을
상식적인 대화로 논란을 멈출 수가 없어서 윽박지름 반, 호소 반으로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아이들에게, 지금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길게 봤을 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한 것이니 나의 중재를 따라줄 것을 요구했다. 8일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자고 1천킬로가 넘게 운전했으며 온갖 고초를 다 겪은 상태이니 나를 좀 불쌍히 여겨달라고도 했다.
실망하고 울분에 찬 나의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는지 아이들도 열을 식히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조금만 더 상황이 길어졌다면 나 또한 이성을 잃고 막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추스리고 2시가 넘어서야 작고 노란 텐트로 몸을 구겨넣고 잠을 청했다.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다. 일찍 눈을 뜨자마자 간밤의 일들이 어떤 깨달음처럼 다가왔다. 그동안 아이들은 야영과 생존 속에서 본능적으로 자신의 유별남을 감추고 서로의 다름을 참아왔다가, 익숙하고 안전한 곳으로 돌아오자마자 며칠 동안 억눌렸던 감정들을 토해냈던 것이었다.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간밤에 화를 내지 않았던 것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행을 떠나기 전, 나의 첫 번째 목표는 '화내지 않기'라고 밝혔던 것을 떠올리면서 나 자신을 칭찬해 주었다.
빨간 텐트마다 지익 문이 열렸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부시시한 얼굴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아이들이 밉지 않았다. 함께 모인 자리에서 기나긴 기행을 마무리하는 짤막한 연설을 했다. "이제 집으로 갑시다"라는 한 마디에 모두들 겨울 파도가 부서지듯 솨아 흩어졌다. 간밤의 다툼들마저 인생 공부의 한 단락이었음을 이 아이들은 알까?
기행을 마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함께 여행 속에 있는 듯하다. 며칠 전에도 이런 대화가 오고갔다.
"쌤. 너무 추워요."
"야. 지금이 아무리 추워도 그 때 우리가 텐트 치고 잤을 때보다는 안 춥다."
"그건 그래요. 하하하."
*본 기사를 마지막으로 여섯 편의 <백패킹 노작기행> 이야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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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고등학교인 '고산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필름카메라를 주력기로 사용하며 학생들과의 소통 이야기 및 소소한 여행기를 주로 작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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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한파에 야외 취침... 교사들은 불침번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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