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실
최정규
2020년 9월 14일, 15년 만에 다시 찾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실.
햇볕이 들지 않은 어두컴컴한 반지하 같은 분위기는 검찰청 민원실을 찾는 민원인들의 마음을 반영이나 한 듯 우울해 보였다.
필자는 2004년 4월 1일부터 2005년 3월 31일까지 1년 동안 민원담당 공익법무관으로, 지금은 범죄피해자지원 중앙센터가 쓰고 있는 B110에 꾸려진 민원전담관실에서 근무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민원담당 검사제도를 없애고 각 부서의 과장들이 3개월에 한 번씩 순환보직으로 민원전담관을 맡았기에 '민원전담관'이 없는 민원전담관실을 지킨 건 검찰공무원 3명과 법무부 소속 공익법무관인 필자 총 4명이었다.
민원전담관실은 고소장 접수를 받고, 민사소송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가지고 형사고소장을 써오는 분들을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 출장소(현재 '인권센터 신고접수, 상담)에 연계하는 일을 한다.
하루는 이런 일도 있었다.
몇 년에 걸쳐 이웃 주민들에게 여러 피해를 본 할머니 한 분이 자기가 겪은 피해를 빼곡히 적은 고소장을 들고 가까운 검찰청에 갔더니 "이런 작은 지청에선 해결할 수 없다"며 "대검찰청에 가보라"고 했단다.
새벽부터 보따리를 싸서 서울로 가는 첫 버스를 타고 대검찰청에 갔는데, 여긴 수사를 직접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길 건너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가보라고 했단다. 그렇게 길 건너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에 와서 고소장 접수 순서를 기다리고 있던 할머니를 만나기도 했다.
형사소송법 제237조 (고소·고발의 방식)
① 고소 또는 고발은 서면 또는 구술로 검사 또는 사법 경찰관에게 하여야 한다.
② 검사 또는 사법 경찰관이 구술에 의한 고소 또는 고발을 받은 때에는 조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
형사소송법상 고소는 '구술'로도 가능하고, 그런 구술고소에 대해서 검사 또는 사법 경찰관은 조서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아무도 이야기해 주지 않아 할머니는 먼 걸음을 하셨을 것이다.
필자는 당시 민원실에 오는 분들을 성심성의껏 대하려 했었다. 검찰청 민원실에서 구현될 수 없는 현실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고소장 '반려'라는 문전박대는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고소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다고 하는 분들을 위해 관련 양식을 제공해드리기도 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 공간이 햇볕도 잘 들고, 경치도 좋으면 이분들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지 않을까? 햇볕이 가장 잘 들고 경치가 제일 좋은 방이 검찰청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어야 하지 않을까? 따뜻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잠시 쉼을 누리고 가시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