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
유성호
모바일 시대 지면 매체가 치러야할 대가는 크다. 구독자 유지는 물론, 인쇄비와 배송 비용 대기도 빠듯한 곳이 많다. 박 회장은 30년 가까이 버티게 한 힘으로, 연간 구독료 기반 매출 구조와 함께 노동현장 소식 원천 공급과 전문성을 꼽았다.
"노동 현장 소식은 <연합뉴스> 없어도 우리가 생산한 뉴스가 원천 소스(공급처)다. 노동 문제 관련해서 한 우물을 깊게 판 덕이다. 노동 현장 소식 뿐 아니라 그걸 둘러싸고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부분들을 함께 의제화시킨 게 생존 이유 아니겠나. 양대 노총 노동조합 역할도 컸다. <매일노동뉴스>에 대한 애정, 함께 가야 한다는 의무감 등 양대 노총 주요 활동가 그룹, 리더 그룹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우리를 같은 식구처럼 생각해줄 만큼 많은 지원과 연대가 이뤄졌다."
실제 지난 2013년 유상증자 당시 양대 노총 170여 개 노조가 주주로 참여해 현재 전체 지분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뒤 자동으로 고문으로 위촉되고, 금융노조 위원장과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사외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양대 노총의 절대적 지원은 노동전문매체에게 든든한 기반이지만, 매체의 외연을 넓히는 데 장애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독자 대중화는 내부적으로 보면 미조직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와 관련된 부분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금까지 고용이 안정되고 노조 틀에 모여 있는 정규직 부문을 대변하고 그들 소식을 전했지만, 조직 노동자가 200만 명이면 나머지 800만 명 이상은 미조직 노동자다. 우리의 독자 대중화 과제는 그런 부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받아 안는 것이다. 노조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고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의 노조 조직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일노동뉴스>도 역사가 쌓이면서 이제는 '레거시(전통) 매체' 취급을 받고 있다. 늘 '혁신'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박승흡 회장도 지난 2003년 대표를 맡은 뒤 인터넷 판인 <레이버투데이>(
www.labortoday.co.kr)를 만들면서, 현장 노동운동가들을 시민기자로 활용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시민기자제도는 당시 <오마이뉴스>의 혁신이었다. 언론이 지녔던 관행, 판 자체를 바꾸는 실험이었고 시사하는 게 많았다. 우리도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노동 현장에 있는 분들이 기자로 자기 소식을 올리는 방식을 도입했는데 시기가 너무 빨랐다. 투자 대비 온라인 접근은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아있다. 그 과제는 이제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다시 탐색해 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이끈 유료 구독자의 힘
▲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 지령 7000호 맞은 원동력은? ⓒ 유성호
지령 7000호를 맞아 '혁신' 주문도 계속 나오고 있다. 구독자들도 이젠 지면보다는 온라인으로 뉴스를 더 많이 접하고, 유튜브 등을 활용한 동영상 뉴스 요구도 있다.
박 회장은 매체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로 구독료 기반 수익 구조를 꼽았다. 월간 구독료 5만 원, 연간 구독료가 60만 원에 이르는 이 매체의 유료 구독자는 1700여 개 기관으로,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이처럼 오프라인 기반 탓일까? 그는 오프라인을 뛰어넘는 '형식'적인 변화보다는 '콘텐츠 내실 강화'에 더 무게를 실었다.
"구독료가 회사 운영에 절대 위치를 차지하는 매체는 드물다. 우리는 생존 자체가 철학일 수밖에 없다. '버티고 계속 간다'는 정신은 기본이고, 콘텐츠의 고급화가 필요하다. 노동 운동 현안을 다루면서 보다 전문성 있고 실력 있는 '솔루션 미디어'가 돼야 한다. 탐사보도는 기본이고 문제 해결과 대안까지 가져가는, 깊고 넓은 형태로 우리 전문성을 강화시켜 나가야 유일한 노동매체로서 생명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솔루션 미디어'를 추구하는 이유는 노동운동을 변화시키고 노동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다.
"노동운동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역할도 반드시 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노동 사안은 산업재해와 고용 문제다. 이런 걸 핵심 의제로 삼아 계속 물고 늘어져 '솔루션 미디어'로 자리 잡아야 한다. 우리 매체가 이런 문제에서 '굉장히 전문적이구나, 대안적 질서까지 던지는구나, 우리가 몰랐던 의제로 확장하는구나' 하고, 정책 담당자나 실행자에게도 인정받는 매체가 돼야 한다."
올해는 전태일 열사 50주기다. 1960~1970년대 노동자를 대변하는 언론은 없었고, 50년이 흐른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많은 언론에서 노동 문제를 다루지만 일시적이거나 피상적인 경우가 경우가 많고, 때론 선정적이기까지 하다. 과연 주류 언론이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노동 문제 관련해서 언론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 심해졌다. 우리와 공동 가치를 추구한다고 봤던 진보 매체들도 노동전문기자를 없애는 추세다. 주류 언론은 있는 부분을 없는 것처럼 다루지 않거나, 어떤 사실을 축소하거나 확대하고 과장하는 형태로 노동 문제를 왜곡해 왔다. 전태일 50주기가 되도록 언론 지형은 전혀 변화가 없었다.
합리적 노사 관계를 만드는 데 언론도 걸림돌이다. 노사가 자치주의에 기초해서 문제를 풀어가게 촉진해야 하는데, 언론은 일방적으로 자본 편만 들었다. 앞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우리의 존재 이유도 그런 지점인데, 이 정도 매체 파급력으로는 노동자 아픔이나 이해를 담아내기 어렵다."
- 대부분 언론은 매출 80% 이상이 기업 광고에서 나온다. 노동자보다는 기업을 편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확하게 지적했다. 우리가 독립 언론으로 얼마나 버틸지가 주요 관심사다. 노동매체가 얼마나 가겠나 했는데 30년 가까이 왔다. 앞으로도 '버티기 정신'으로 가면서 독립 언론 속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 과제가 있다. 우린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 대한민국 언론 지형에서는 떳떳하다. 우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유지하고, 건강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은 게 우리 자부심이다."
"연 구독료 100만 원짜리 신문 만드는 게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