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집결지 골목에서 '건강한 약국'을 운영하는 이미선 약사
안가영
미아리 텍사스촌은 과거 청량리역 일대와 함께 강북에 있는 대표적인 윤락가였으나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으로 차츰 쇠락했다. 올해 3월, 환경영향평가 재심의가 통과로 재개발이 확정되면서, 현재는 투자 유망지로 조명받고 있다. 그럼에도 하월곡동 골목엔 여전히 영업 중인 성매매 업소가 여럿 있다.
세월이 흘러감과 동시에 많은 이가 떠났지만, 이미선씨는 25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6년 때부터 그 골목의 유일한 약사로 그들과 시간을 보내온 그는 이곳에서 '약사 이모'로 불린다. 성매매 여성, 골목의 주민을 포함해 하월곡동 담당 택배 기사까지 모두가 그를 '이모'라 부르는 이유는, 그가 얼마나 동네의 친숙하고 따뜻한 존재인지를 증명해 준다.
이미선씨는 바쁘다. 약국뿐 아니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따 무료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직업이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 어려워하는 그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힘드니까 와서 자기 얘기 많이 하고 가죠. 이야기를 쭉 들어주고 나에게 있어서 최선의 조언을 해줘요."
또 약국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한쪽엔 '건강한 문고'라는 팻말과 함께 자리 잡은 서재가 눈에 들어온다. 동네 사람들의 작은 도서관인 이곳은 전부 이미선씨가 직접 읽고 산 책들이 쌓여있다. 실제 도서관처럼 책 한 권 한 권 번호가 적혀있었다. 어둡고 아픈 역사를 가진 마을에 '건강한'이라는 투박하고도 따뜻한 수식어를 둔 약국, 상담센터, 도서관이 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이외에도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한 여러 활동으로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다. 추석, 설날과 같은 명절부터 크고 작은 행사 때 성매매 여성을 비롯한 노숙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후원금을 모으고 후원 자리를 연다.
이씨는 그들을 위해 후원금을 모으는 행동을 '온라인 앵벌이'라고 칭했다.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암묵적 동의를 하면서 후원금이나 후원 물품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께 도움을 받는 거죠. 이름하여 온라인 앵벌이."
"부끄럽지 않다" 그가 당당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