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기술학교 서진 상임연구원
서울시NPO지원센터
- 이름에 민주주의와 기술이라는 단어가 같이 있는 점이 흥미로워요. 단체 이름을 민주주의기술학교라고 지은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민주주의기술학교는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의미인데, 그것도 기술이라는 뜻이에요. 기술을 안다고 해서 내가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훈련하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계속 사용해야 내 기술이 완벽하게 되잖아요. 일상에서도 민주주의를 실천하려면 기술처럼 학습하고, 습득하고, 반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기술을 접목하게 됐어요.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태도나 그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같이 전달하고 있어요. 더불어 배우고 성장한다는 의미를 가진 학교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아서 민주주의기술학교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어요."
- 더체인지라는 단체가 민주주의기술학교를 만드는데 바탕이 되었다고 들었어요. 민주주의기술학교는 어떤 계기로 만들어졌나요?
"2010년대 초반, 민주주의에 대해서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이 거의 없었을 무렵에 더체인지에서 '모이고, 떠들고, 꿈꾸고(이하 모떠꿈)'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일상의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방법을 나누는 워크숍을 진행했어요. 이후, 2016년에 더체인지 멤버들이 한 달에 한 번 모여서 공부하는 더공부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민주주의기술학교는 팀명 같은 거였어요.
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모임 정도였고, 더체인지와는 별개로 이름만 만들어져 있는 상황이었어요. 2018년도에 공부모임을 통해서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워크숍 형태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같이 팀을 이뤄서 일해 보는 경험을 쌓았어요.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현실화시켜보자는 차원에서 2019년에 법인을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제가 상임연구원의 역할로 조직을 맡게 된 거죠."
- 어떻게 민주주의기술학교와 만나게 됐나요?
"처음 더공부를 시작했던 구성원들이 같이 공부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사람들을 초대해서 공부모임을 진행했어요. 저는 2016년 더공부 1기 모임에 참여하면서 민주주의기술학교와 함께하게 됐어요. 더공부 모임에서 나누는 대화가 즐겁고, 평상시에 나누지 못했던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가 그 당시 출산하느라 많이 못 나갔음에도 아이를 낳자마자 오고 싶었던 곳이 더공부였어요. 저한테 더공부는 어떤 대화를 해도 즐겁고, 고민도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이해와 공감에서 출발해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지는 '촉진'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말하는 촉진은 상대방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을 넘어, 타인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 혹은 소통을 실천하는 행동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의미이다. 그래서 촉진이라는 개념은 개인과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민주주의기술학교가 진행하는 모든 활동의 기반이 되는 가치로 여겨진다.
- 민주주의기술학교는 민주주의를 촉진하는 기술을 배우는 곳이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저는 대화를 끌어내고, 소통을 도와주는 과정으로 촉진을 이해했는데요.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촉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이야기하는 촉진은 더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어요. 민주주의기술학교가 말하는 촉진은 이해·공감·대화·소통을 바탕으로 실천과 행동까지 이어지는 변화를 의미해요. 회의 진행자 혹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퍼실리테이터라는 말을 많이 해요.
민주주의기술학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소통하는 것을 넘어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퍼실리테이터라는 말보다 촉진자라는 단어로 촉진을 이끄는 사람을 설명하고 있어요.
촉진자가 테이블 안에 있을 때, 어떤 태도로 참여자들을 대하는지에 따라 촉진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촉진을 기술로 배워서 워크숍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생각을 가지고 내가 워크숍에 임할 것인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참여하는 분들도 이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요. 예를 들면 조직문화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요. 조직문화를 얘기를 하러 온 참여자들이 워크숍을 진행하는 단체의 조직문화가 위계적이고, 소통 방식이 민주적이지 않으면 괴리가 느껴지잖아요
외부에서 민주주의기술학교에서 하는 건 뭔가 다른 것 같다고 얘기하는데, 저는 우리가 가진 특별한 기술이나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태도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 촉진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어떤 영역에서 주로 활동하나요?
"촉진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만난다고 했을 때, 조직문화, 공론장, 자치라는 단어들이 구체적인 상을 그리는 키워드라고 생각해요. 조직문화, 공론장, 학생자치, 마을자치 등 각 영역에서 변화를 촉진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촉진이 우리가 가진 힘이라면, 촉진하는 기술이 사람들과 우리를 연결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이 영역들이 지금 민주주의기술학교 구성원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이기도 해요. 우리는 무엇을 하는 조직이라는 걸 정해 놓지 않고, 구성원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따라 조직의 방향을 잡아가고 싶어요. 다만 변화를 촉진한다는 우리의 비전을 공유하면서, 그걸 어디에서 어떻게 녹여낼지는 구성원들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방향을 그리고 있어요."
촉진자와 참여자의 경계를 허무는 워크숍 '모떠꿈'
민주주의기술학교는 모떠꿈 워크숍으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모떠꿈 워크숍은 민주주의를 학습하는 도구를 배우는 곳이자 민주주의기술학교가 추구하는 변화의 촉진이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