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나눔 사무실에 적혀 있는 2020년 무연고 사망자들의 이름
김채연
장례는 죽은 사람만을 위한 것 아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그가 가장 걱정을 내비친 부분은 단순히 무연고자의 수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을 무연고로 만든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무연고가 2500명이라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무연고로 만든 이들이 2000명이 넘는다는 거예요."
그는 가족이나 지인을 제대로 애도하지 못하고 보내는 과정에서, 고인에 대한 원망과 스스로에 대해 자책이 뒤섞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은 사회의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묻자 사회보장 제도 중 하나로 장례가 자리 잡는 것이라 답했다. 사회 시스템적으로 누구나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살아있는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을 잘 떠나보내는 것과 동시에 예비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날 그냥 갖다 버리지 않는다는 연대와 약속.'
그는 장례 지원이 가족이나 지인을 잘 떠나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무연고자가 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예측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진옥 이사가 말하는 인기척
제도화된 장례 외에도 사회적 변화를 위해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묻자 그는 "내가 혼자가 아니고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인기척을 내는 것"이라 말했다. 이후 그는 나눔과 나눔에 자원 활동을 하러 온 이탈리아 유학생이 무연고 사망을 한국에서 처음 접했다고 이야기하며 이웃들과 인사하며 지내는 커뮤니티의 힘을 이야기했다.
"두 번, 세 번 만나면 눈인사 한번 하고 또 그 뒤에 두세 번 더 만나면 안녕하냐 인사 한마디하고 또 만나면 같이 뭘 좀 나누어 먹고 이거라는 거죠."
그는 무연고 장례를 지속할 힘과 원동력 역시도 '인기척'에서 찾았다. 매일같이 죽음을 곁에서 보는 게 가능한 이유는 곁에 있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과 경험한 것을 나누고 슬픔을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죽음을 겪으면서 갖게 되는 감정들을 해소하는 것이다. 또한 그는 나눔과 나눔 속 자원 활동자들이나 답 메일, 후원 등 각자의 자리에서 인기척을 내는 사람들을 통해 활동을 지속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