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입구에 놓였던 섶다리 겨울이면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섶다리를 놓았다.
김영희
마을에서 강변까지 한참을 걸어 나온 후, 섬진강을 건너야만 장에도 갈 수 있고 읍내도 갈 수 있었다. 사정이 이러니 얼마나 불편했을까. 마을사람들은 곡성군청에 가서 몇 번이고 마을 앞 섬진강에 다리를 놓아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군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고 했다. 그러자 마을부녀회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단다.
"부녀회에서 막걸리도 팔고, 과자도 팔고, 가을에는 밤 주워다 팔고 해서 돈을 모았어. 몇 년 동안 한 번도 안 쓰고, 놀러 한 번 안 가고 모은 것이제. 그래가꼬 2000만 원인가 맹글어서 군에 갖다 주고 다리 놔주라고 헌 것이여. 그때 (1987년) 2000만 원이면 큰돈이여."
그 시절 부녀회장을 지냈던, 지금은 구십 줄에 들어선 하동댁의 증언이다.
부녀회에서 돈을 모으고, 객지로 나간 자녀들까지 어렵사리 성금을 내서 보탰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목돈을 군에 터억 내놓고, 모자라는 돈은 군에서 채워 다리를 놓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1988년이면 올림픽을 치르느라 온 나라가 흥성거리던 시절인데 곡성 두메산골에서는 마을사람들이 몇 년간 돈을 모아서야 간신히 다리를 놨다니. 지금 생각하면 이 마을 분들 곧잘 하는 우스개처럼 참으로 '호랭이가 물어갈'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