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사회적거리두기 1.5단계 시행을 앞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 일대가 한산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희훈
하지만 최근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올라갔다. 다시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됐다. 우리 가게는 한 달 전과 같은 매장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매장 안에는 찬바람만 불었고, 손님은 없었다. 오후 5시에 출근을 하면 사장님은 항상 다 쓰지 못할 채소를 썰고 계셨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뒷모습이 우울해 보였다. 하지만 알바생 앞에선 항상 힘 없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하셨다.
얼마 전, 갑작스러운 사정 때문에 전화로 출근 시간을 30분 정도 조정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사장님은 따뜻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하셨다.
"늦어도 괜찮아. 어차피 손님도 없는데..."
전화가 끊긴 후 눈물이 핑 돌았다. 그 한마디만으로 사장님의 슬픔, 더 나아가 자영업자의 고통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항상 알바생 앞에서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려고 노력하던 사장님의 그런 목소리를 들은 건 처음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없는 매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쁘게 여겼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지금처럼 할 일이 없어 일을 만들어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처럼 힘들더라도 손님이 많은 매장에서 웃고 있는 사장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졌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나의 지인들에게 매장에 오라고 조심스레 권유하는 일 뿐이다. 그 사실이 슬프다. 북적북적한 매장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다시 사장님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다. 다시 열심히 일한 후의 사장님의 땀방울을 보고 싶다. 다시 잃어버린 손님들을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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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개꿀 알바'는 더이상 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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