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씨의 평소 식단 사진(본인 제공)
로미씨 제공
- 어떤 방식으로 플렉시테리언 생활을 실천하고 계시나요?
"제가 유동적인 채식주의자 생활을 하면서 지키는 원칙은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에요. 육류, 어류, 가금류, 유제품 등의 음식 종류 중 어떤 것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채식주의자 안에서도 종류가 나뉘는데 저는 저의 채식 기준을 음식 종류에 두지 않고 '상황'에 둬요. 그 상황은 외식을 할 때와 정말 먹고 싶을 때입니다.
외식으로 먹는 구운 고기처럼 1인당 한 그릇의 요리가 주어지지 않는 식사 자리에서는 거의 육식을 해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으면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먹을 때가 많아요. 그리고 치킨, 피자, 삼겹살 등과 같이 특정 음식이 먹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고 그 음식을 먹었을 때 내가 지금 불만족스럽게 느끼는 무언가가 해소되리라 생각되면 억지로 참지 않고 그냥 먹습니다."
- 플렉시테리언이 된 이후로 생긴 긍정적인 변화가 있나요?
"육식을 한 날과 안 한 날의 몸 상태가 확연히 다른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건강상의 문제로 채식을 하게 된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신체적 만족감을 느낀 것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이런 변화가 플렉시테리언 생활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 플렉시테리언에 대한 주변인의 반응은 어땠나요?
"같이 식사를 할 때 '채식하지?, 그럼 뭐 먹지?' 하고 먼저 물어봐 주긴 하지만 외식할 때는 보통 육식을 하기 때문에 플렉시테리언 실천 이전에 비해 먹는 음식과 반응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고기를 먹는 채식주의자가 채식에 대해 논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채식은 왜 먹는 음식 종류로만 구분해야 할까요? 그리고 왜 그렇게 엄격해야 할까요?
1년 넘게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에 2끼 이상을 직접 요리해서 먹는 저는 육고기를 식재료로 구매한 지는 1년 반, 닭과 달걀을 구매한 지는 6개월이 넘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치킨을 먹기는 했지만요. 플렉시테리언 이전 식단과 비교하면 육식 비중은 1/5 정도로 줄어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플렉시테리언이 되기 전보다 된 후의 지금 더 만족합니다."
원칙 없는 사람들? 어쩌면 틀을 깨는 사람들
누군가는 플렉시테리언이 모순적이고 원칙 없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 오해들과 맞닥뜨릴 때도 있지만 그들을 향한 오해는 역설적이게도, 사실 플렉시테리언의 지향점을 정확히 관통하는 개념이다.
플렉시테리언의 의미는 그저, 작은 실천으로 이룰 수 있는 변화들을 애써 모른 척하지 말자는 데 있다. 이는 채식을 하는 데 중요한 것이 100% 완전무결함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우리 주변을 둘러싼 여러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늘 맞닥뜨려야 하며 어느 쪽에 설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기후변화 위기는 우리 세대가 더는 외면할 수 없으며, 막연한 미래의 문제가 아닌 지금 당장 극복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