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김지현
올해 초 신안군 안좌면에 거주하는 외할머니를 모시고 '스타벅스'에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러나 스타벅스는 다른 카페와 달리 '카드 결제'만 가능하기 때문에 카드가 없다면 음료를 주문할 수 없었다. 할머니가 평소 좋아하시는 스타벅스 음료를 주문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드가 있는) 너나 네 엄마가 있어야 이 음료수를 마실 수 있다"라며 웃으셨다.
2018년 4월 스타벅스코리아는 '현금 없는 매장'을 처음 도입하고 차츰 '현금 없는 매장'의 수를 확대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이러한 시스템을 도입한 근본적 원인으로는 카드 결제 사용량 증가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편리함을 위해 소수가 불편을 겪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카드가 없는 사람도 동등하게 서비스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할머니의 말을 듣고 내가 평소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들이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장벽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머니는 키오스크로 주문해야 할 때마다 나에게 부탁하셨다. 나는 할머니에게 글자만 읽을 줄 알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시도하기를 권유했지만 "잘못 만져서 기계가 고장 나면 어떡하냐", "메뉴 이름이 다 영어라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라며 한사코 거절하셨다.
디지털 격차의 심각성, 직접 경험해보니
실제 맥도날드에서 사용하고 있는 키오스크는 포장을 '테이크아웃'으로 감자튀김을 '프렌치프라이'로 표기하고 있다. 또, 키오스크는 스타벅스와 동일하게 카드 결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카드를 소지하지 않은 사람은 주문할 수 없다. 외국어 사용과 카드 결제의 보편화는 장노년층이 결제의 어려움을 겪는다는 단점이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기술의 발전으로 '무인 시스템'이 보편화 되어가면서 디지털 소외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음식점에는 사람이 아니라 키오스크 기계가 놓여 있고, 영화, 열차표 등과 같은 발권도 온라인 앱을 이용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면 서비스는 점점 축소되어 디지털 소외 계층이 설 곳은 점점 작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