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9일의 백혈병 투병기인 <삶의 마침표에. 천 일의 쉼표를 찍다,>
레드우드
4년 만에 돌아온 학교... 그러나 기다리는 건
이주완 작가가 병원생활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왔지만, 세상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로 바짝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숨을 쉬는 존재끼리는 일정 거리를 두어야 했다. 올해 유난히 힘겨운 수험생활을 해야 했던 고3과 재수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자신보다 네 살 어린 동생들이자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당장은 안 좋았던 경험이, 기억이 될 수 있어요. 세상에 의미 없는 시간은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불행하고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시간의 의미를 찾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나중에 가면 그때 그 경험 해보길 잘했다, 그런 때가 올 거예요.
지금 당장 이 시간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힘들기만 하다면, 잠시 그 경험을 가지고만 있어도... 공부하면서 지금 당장 안 풀렸던 게 나중에 가면 풀릴 때 있잖아요. 나중에 삶의 연륜이 쌓이고 경험 쌓이다 보면 지금이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었음을 알게 될 거예요."
올 한해를 돌아보면 다사다난.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그래프를 그려왔다. 이주완 작가는 올 한해 언제 가장 기쁘고 힘들었을까. 그 순간들을 꼽아본다면 어느 풍경일까.
"(30초 정도 생각한 뒤) 하루하루가 가장 기뻤던 것 같아요. 내가 다시 내일을 꿈꿀 수 있다는 게, 하루하루가 기뻤어요. 가장 기뻤던 하루를 꼽으라고 하면 제 하루하루들에게 실례인 거 같아요. 어떻게 얻은 하루하룬데... 슬펐던 때 역시... 같은 이유로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얻은 소중한 '하루하루'인가
시험을 앞둔 수험생으로서 입장도 궁금했다. 여백이 생겨버린 학업,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초긍정, 단단한 멘탈의 이주완 작가라도 살짝 마음이 흔들렸을 것 같기도 하다.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저도 대학수학능력이 처음이라서요 (웃음) 19살 때부터 시험을 봤더라면 지금 5수예요.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겠어요. 떨리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어쩌면 내년에 다시 이 공부를 하고 있을지 몰라요."
이주완 작가의 책 표지에는 달팽이가 그려있다. 온몸을 비비며 느리게 기어가는 달팽이를 바라보는 한 남자. 그 달팽이는 어쩌면 이주완 작가가 아닐까. 더디지만 꾸준히 가다 보면 어느새 저 멀리 나아가는 달팽이.
그래서일까. 이주완 작가는 대입 합격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그에겐 더 큰 목표라는 게 있다. 그곳을 향해 좀 더 단단하고 천천히, 생각하며 나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겹쳐진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1분 1초가 아까울 텐데 시간을 내줘 고맙다고 하자 이주완 작가는 "1분 1초가 아깝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우리는 왜 공부할까요? 당연히 행복해지기 위해서 공부하죠. 하지만 공부하면서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은 별로 없을 것 같아요. 졸업하고 대학만 가면 행복해질 것 같지만, 그때 가면 또 다른 고민이 있죠. 행복해지기 위해 살지 말고, 지금 그냥 행복하세요. 다음 행복을 위해 또 참고 견디잖아요. 행복해지기 위해 살면 행복해질 수 없어요.
제가 병원에 있을 때, 그 순간들을 건강해지기 위해서 견뎌야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더라면 정말 많이 힘들었을 거 같아요. 남들이 보기에 매 순간이 힘들어 보였지만 저 나름대로 행복했다는 느낀 순간들이 너무 많아요."
인터뷰를 마무리하자니, 인터뷰 초반 이주완 작가가 건넨 예기치 않은 질문이 떠오른다. 희망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어쩌면 희망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는 건지도 모른다. 불행 또한 마찬가지.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2020년 풍경을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리하여 희망과 불행은 어쩌면 동의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헤어졌다.
생의 마침표에. 천 일의 쉼표를 찍다,
이주완 (지은이),
레드우드,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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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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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완치 후 4년 만에 다시 고3, 그가 깨달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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