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지음 '정의를 부탁해'
동아시아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더 다르게, 새롭게 쓰면 좋을 텐데 싶은 마음이 자꾸 든다. 그때마다 권석천(당시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책 <정의를 부탁해>(2015년 출간)가 생각난다. 이 책을 한 번이라도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건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었다. 그는 법조기자 출신답게 사건 사고, 검찰 법조계 문제, 세월호 등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다룬다. 딱딱한 내용이 어렵지 않게 술술 잘 읽혔던 것은 글의 형식이 다채롭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또 그는 자신만의 시각과 방법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순창군 옥천 인재숙이 2013년도 대학입시에서 35명 전원 합격이란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는 기사를 보고 그는 전라북도 순천에 있는 인재숙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원래 기사에는 없는, 기사를 보며 든 의문을 풀어내는 게 인상적이었다(이 밖에도 그는 의문이 드는 기사를 보면 현장을 찾아가 또 다른 뉴스를 발굴해 내는 칼럼을 자주 썼다). 그 기사를 보고 직접 인재숙을 찾아갈 생각을 한 논설위원이 몇이나 될까 싶어서.
그밖에 평소 눈여겨본 영화나 책, 미드를 포함한 드라마 내용을 칼럼에 적절히 인용하기도 하고, 소설의 한 장면이나 특정 소설 형식을 빌려 쓴 칼럼도 있었다. 심지어 가요의 가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글을 전개하거나, 조침문의 형식을 빌려 쓴 칼럼(중수부를 조문함)도 있다.
이 책에서만 '80여 개의 칼럼에서 소설체, 반어체, 고어체, 대화체, 편지체, Q&A 등을 활용했다'고 하니 대단했다. 책만 봐도 알 수 있는 그의 열린 자세는 보고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나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니 또 배가 아팠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그 '절박한'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