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의 비속어를 묘사한 만평을 그대로 노출한 MBN(2017/11/17)
민주언론시민연합
자신의 생각을 요약해 적는 판에 '병'과 '신발'을 그린 후 한자 '갑(甲)' 6개를 적어 보여준 겁니다. 진행자가 "어떤 걸 그리신 겁니까"라고 묻자, 차명진씨는 "방송용으로 제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게 무슨 얘기인지 아시겠죠?"라고 말했습니다.
그림의 의미를 깨달은 진행자가 "아, 이건 좀 수위가 세신 거 아니에요?"라고 물으니 차씨는 "아니, 방송용으로 제가 얘기했습니다"라고 답했고 진행자는 "알겠습니다"라며 마무리했습니다.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제5항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27조(품위 유지) 제2호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신체 또는 사물 등을 활용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음·비프음, 모자이크 등의 기법을 사용한 욕설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차명진씨는 '되지 못한 자가 엉뚱한 짓을 한다'는 뜻의 '병신이 육갑(六甲)하다'는 관용구를 만평으로 그린 것인데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병신'은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육갑'은 '남이 하는 언동을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비속어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기에 진행자도 '수위가 좀 센 것 아니냐'고 지적했지만, 차씨가 '방송용으로 얘기한 것'이라 하자 별다른 제지 없이 넘어간 것이죠.
이날 방송은 방송심의규정 제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5항과 제27조(품위 유지) 제2호를 위반했다는 문제가 제기돼 심의안건으로 올랐습니다. 하지만 2018년 4월 5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의견제시'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심의위원들은 "비속어에 해당하는 표현을 사물을 이용한 그림으로 묘사하여 특정인에 대해 조롱 또는 희화화하는 듯한 내용을 방송한 것은 관련 심의규정 위반"이지만 "정치인을 풍자적으로 비판한 만평으로 이해"된다며 낮은 수준의 행정지도인 '의견 제시'를 의결한 겁니다.
같은 해 MBN <뉴스와이드>(12월 15일)에서도 차명진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성과 대담 중 중국에 대한 비하 표현으로 "떼놈"이라 언급했는데요. 방송심의규정 제31조(문화의 다양성 존중)와 제51조(방송언어) 제3항 위반으로 문제 제기돼 안건으로 올랐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제없음'으로 의결했습니다.
전광삼 심의위원은 "(떼놈은) '되놈'의 잘못된 표현"으로 "만주지방에 살던 '여진족'을 일컫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말"이라며 "(비속어도 아니고) 있는 말을 쓴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인 만큼 방송언어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처럼 MBN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는 부적절한 자막이나 출연자의 부적합한 용어 사용이 반복되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15년 제정한 방송언어 가이드라인은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시사‧보도에 준하는 정제된 표현을 써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의 안이한 심의로 해당 프로그램들이 저지른 잘못에 적절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취재 없이 다른 언론 '허위보도' 그대로 전하기도
MBN은 시사‧보도프로그램에서 다른 언론의 잘못된 보도를 확인 없이 그대로 인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일단 전하고 보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결은 '행정지도'를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2018년 방송된 TV조선 <뉴스7>(5월 19일)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하려 방북하는 외신 취재단에게 취재비를 요구했다'는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런데 TV조선 보도가 나오고 이틀 뒤, MBN <굿모닝 MBN>(5월 21일)은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TV조선 보도를 별다른 취재 없이 '오늘 기자단 출발'이라는 보도에서 인용하며 출처도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 보도는 허위로 드러나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해당 보도가 방송심의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며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별도의 취재 없이 TV조선 보도를 그대로 인용하며 출처도 명시하지 않은 MBN에는 '의견 제시'만 의결했습니다.
제14조(객관성)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 된다.
2019년 방송된 MBN <뉴스파이터>(9월 26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출연자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가족들이 검찰 수사를 받던 시기에 조 장관의 딸은 고급 식당에서 생일파티를 했다'는 허위사실을 언급한 건데요. 9월 25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아들의 소환조사 이후 SNS에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 '어제 딸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아들 소환에 밥 한 끼를 못 먹었다' 등의 글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