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서 주최하는 꿈틀비행기 학교탐방 중. 덴마크 학생들과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꿈틀리인생학교
그 아픔으로부터 결코 무뎌지지 않았던 내 가슴에 오연호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는 불을 질렀다. 덴마크처럼 모든 아이를 개별적으로 독립된 존엄한 존재로 인정하는 세상의 교육을 경험하고 싶었다.
마침 아이는 학교생활규칙 준수, 친구관계, 내신관리,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잘해야만 원만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데 힘겨움을 토로했다. 그래서 꿈틀리인생학교를 권해보았다. 그러나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체제에 대해 거부감을 가졌다. 아이와 함께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꿈틀리 비행기를 타고 덴마크로의 견학기행을 다녀왔다. 다양한 학교급에서 만난 그곳의 아이들의 표정은 <우리도 사랑할 수 있을까>의 서문에 묘사된 대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밝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아이는 어느새 학교라는 집단이 주는 피로감을 잊고 '매사 승부욕에 불타는 한국'에서 꺼려했던 축구를 낯선 덴마크 학생들과 함께 하기도 했다. 어른인 내가 그렇게 느꼈듯 온 사회와 학교가 안전한 울타리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런 덴마크의 교육이념을 실현하는 학교가 꿈틀리인생학교라는 말에 주저없이 입학을 결심했다.
강화도의 한 폐교를 리모델링한 꿈틀리인생학교의 입학식 날 자기 몸집 만한 가방을 들고 날아가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뛰어 오르던 스미스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2주 만에 만난 아이가 들뜬 목소리로 "엄마, 꿈틀리 인생학교는 정말 우리들이 만들어가는 학교야. 생활수칙도 교육과정도 함께 만들어가는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학교야. 그런데 이상한 건 학교의 교육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가 허락되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모든 걸 열심히 하게 돼. 일찍 일어나서 새벽 운동을 하고, 내가 세운 계획에 맞춰 하나하나 목표를 이뤄가고 있어" 라고 전했다. "아, 정말 멋지다! 그곳에 있는 동안 네 마음이 얼마나 편하고 행복했을까", "음. 그건 말야. 아주 멋진 여행을 하는 기분인데, 그게 무려 편안한 내 집이라고 생각해봐. 아쉬운 마음으로 곧 다시 떠나야 하는 여행지가 아니라 내 집인데, 마치 여행지처럼 새로운 세상인거지!" 아이는 어떻게든 그 행복을 구체적으로 전하고 싶어 적절한 비유를 찾아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2주 만에 한 번 집에 오는 아이는 올 때마다 흥보네 제비처럼 '꿈틀리 엄마의 밥이 너무 맛있네, 친구들의 기발한 생각에 놀랐네, 따뜻한 선생님의 마음에 감사하네' 하며 행복의 씨앗을 물어다 주었다. 아이를 꿈틀리인생학교에 보내는 학부형들의 건강한 연대의식도 남달랐다. 학부모들의 자율적인 행사로 두 번의 워크샵을 가지며 학부형이라는 입장을 떠나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 환하고 즐거운 어울림을 가졌다. 더불어 아이들 저마다의 특성을 존중하는 교육관을 공유하는 동지애를 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