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진 국민의힘 의원. 사진은 지난 4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할 당시 모습.
유성호
- 형법 및 모자보건법 일부법률개정안의 발의 취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현행 낙태죄가 헌법불합치가 되면서, 올 연말까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2021년 1월 1일부터는 법이 없는 상태가 된다. 자칫 낙태가 무제한 허용되는 상황이 되는데, 그건 옳지 않다. 연말이 되기 전에 대체입법을 만들 필요성을 느껴 발의하게 됐다."
- 낙태 허용 주수를 10주, 20주로 설정했다. 구체적인 근거는?
"20주는 의학적으로 아기가 다 자란 상태다. 만약 20주가 넘어서 낙태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사실상 조기 출산이 되는 거다.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하는 이른둥이지만, 거의 다 자란 상태기 때문에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 20주가 넘어서 낙태를 한다면 살인에 해당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래서 20주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10주는 낙태를 할 때 태아의 신체를 절단하는 등의 손상을 하지 않고, 산모 신체에도 손상을 주지 않고 할 수 있는 마지막 의학적 데드라인으로 봤기 때문에 나운 주수다."
- 특히 낙태 허용 주수인 10주의 경우, 기존 정부의 입법예고안인 14주보다 후퇴한 안이라며 비판적 여론이 상당하다. 그런데도 10주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생명권은 10주나 14주나 똑같다. 14주쯤 되면 낙태를 할 때, 태아의 신체를 손상해야 한다. 지체를 절단해야 하는데, 이는 비인격적인 행위다. 물론 문제가 있는 건 낙태 자체가 다 똑같다라고 볼 수 있지만, 14주쯤 됐을 때의 낙태는 기술행위 자체가 비인권적이고 비인간적이라고 봤다.
태아의 신체에 손상을 가하는 그 방법 자체가 문제가 많고, 산모에게서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산모의 신체 손상 위험도 더 크다. 태아에 손상을 가하지 않고 온전한 몸체로 꺼낼 수 있으며, 산모 신체에도 손상을 가하지 않을 수 있는, 안전한 시술이 가능한 때가 10주까지라는 자문을 받았다."
- 경제적 이유로 임신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7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거친 뒤 낙태를 할 경우 처벌받지 않도록 한 부분도 눈에 띈다.
"이혼을 하더라도 숙려기간을 두지 않는가. 낙태를 허용하되, 가급적이면 하지 않도록, 한 번 안 하는 방향으로 고민해보라는 시간이다. 낙태를 피하도록 권유하는 의미의 숙려기간으로 이해해달라.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되, 그 대신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으니 깊이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 보수적인 시민사회계에서는 관련 목소리가 큰데, 정작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은 낙태죄 관련한 논의에서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당내 여성 의원들의 입장도 잘 눈에 띄지 않았다.
"사실 당내 여성 의원들과 이야기를 별로 못해봤다. (여성 의원들이 입장을 잘 드러내지 않아) 토론이 잘 안 됐다. 여성 의원들에게는 여성 의원들 나름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해한다. 여성은 이중적 지위가 있다. 여성으로서는 낙태의 자유가 있고, 산모로서는 태아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여성 의원들의 입장도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을 것 같다."
- 낙태한 여성 당사자뿐만 아니라, 낙태를 하도록 강요한 이들을 처벌하도록 하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현행 제도가 임신의 책임이 있는 남성을 처벌하지 않도록 한 것에 대해 비판이 상당했는데, 이를 반영한 것인가?
"남성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나 주변인도 모두 해당한다. 그동안 형법은 부녀만 그리고 시술하는 의사만 처벌하도록 규정했는데, 그건 분명 문제가 있다. 부녀가 원하지 않는 데도 낙태를 강요했을 때는 낙태를 강요한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강요를 당한 부녀는 오히려 면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법률은 강요당한 부녀만 처벌하고 강요한 사람들은 처벌받지 않는 구조니까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관점의 차이 다소 있어도, 두 생명 모두 보호해야 한다는 뜻은 같아"
- 지금 방향의 개정안이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적 목표가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생명존중 의식이 점점 희박해져 가고 있지 않나. 함부로 생명의 가치를 가볍게 대하는 그런 풍토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사람을 인격으로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취급하고, 본래의 사람이 갖는 가치만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태아의 생명을 소중하지 않고 가볍게 대하다 보면, 태아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성체로서의 사람에 대한 인식에도 영향을 준다. 다 자란 완전체로서의 사람뿐만 아니고, 뱃속 태아의 생명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존중하고, 아끼고 배려해야 사회적인 생명 존중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낙태 이슈는 단순히 태아의 문제이거나 산모의 문제가 아니라, 태아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 산모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 다른 사람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도 투영된다.
그런 측면에서 가능하면 태아의 생명권이 손상되지 않고, 어떤 사유가 있더라도 가급적 태아의 생명이 손상되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하는 게 굉장히 소중한 일이다. 태아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소중한 일이다.
한편으로는, 그러면서도 태아를 임신하고 키우고 출산하는 산모의 건강이나 생명도 당연히 존중되고 배려돼야 한다. 그 두 가지 가치가 상충하는 지점이 낙태이지 않나. 태아를 위해 산모를 포기할 수도 없고, 산모를 위해 태아를 포기할 수도 없고, 어디가 더 우월하다고 우열을 매길 수 없다.
건강상의 이유, 사회경제적인 이유, 또는 범죄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의 경우, 사회적 명예의 이유 등 여러 가지 복잡하고 불가피한 사정에 있다는 걸 인정한다. 그걸 어떻게 잘 조화시킬 것인가? 어떻게 산모의 입장도 존중하면서 태아의 생명도 살릴 수 있는가? 그 접점을 찾는 게 낙태죄 고민의 본질이다. 그 접점에 대해 이념이라든가 시각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내 법안은 그 접점에 대한 우리의 고민의 결과물을 내보인 것이다."
- 상임위원회 등에서 함께 논의될 때 상당히 험난한 토론이 예상된다.
"모든 법안은 논란이 있다. 여야, 보수‧진보 모두 고민이 있고 100% 완벽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낙태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산모만 위할 수도 없고, 태아만 위할 수도 없다.
어디에서 접점을 찾느냐는 건 의학적 관점 또는 사회학적 관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잖나. 그게 대표적으로 낙태 허용 주수의 차이로 나타난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논란이다. 태아의 산모, 두 생명의 가치를 같이 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차이가 없을 거라고 본다. 다만 관점에 따라 그 접점의 차이가 다소 있을 수 있는 것뿐이다. 상임위원회 등에서 함께 잘 논의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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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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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보수 첫반응... 조해진은 왜 10주-20주를 선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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