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대전본부와 대전지역 콜센터 노동자들은 18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마스크 미착용 과태료 부과 대신 휴게시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요즘 콜센터 다닌다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콜센터 직원들을 마치 병균인양, 코로나 진원지인양 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은 하루 종일 밑도 끝도 없이 '죄송하다',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전시는 이제 저희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합니다. 저희가 무슨 범죄자입니까?"
울부짖는 목소리로 콜센터 직원들의 고충을 토해내는 김현주 국민은행콜센터지회장의 말에 기자회견장은 숙연해졌다. 마이크를 잡는 현장 발언자마다 눈물을 참지 못했고, 피켓을 들고 옆에 선 시민들도 고개를 숙였다.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는 18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마스크 미착용 과태료 대신 휴게시간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대전시는 지난 5일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에 따른 1단계 행정조치'를 고시했다. 콜센터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시 사업주에게는 300만 원 이하, 상담사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콜센터 노동자와 노동계는 "대전시의 이번 고시가 콜센터 노동현실은 외면한 채 집단감염의 책임을 가장 힘없는 상담사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콜센터 노동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상담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대전시의 행정조치 고시를 규탄한다"며 "콜센터 상담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과태료가 아니고 휴게시간"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콜센터 노동자의 환경은 처참하다. 새로운 업무와 콜수가 40% 가량 늘었지만 상담사들은 적절한 업무교육도 못 받고 '국민 욕받이'로 내몰린다"며 "콜수가 늘어나니 전화 대기시간도 늘고 겨우 연결이 돼도 마스크 너머로 들리는 말소리가 분명하지 않다며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친다"고 밝혔다.
이어 "상담사와 상의 한번 없이 강행되는 재택근무, 분산근무,풀아웃소싱으로 코로나 난민이 되어 근무장소를 변경해야 하고, 몸이 아파도 맘 편히 휴가 한번 쓰기도 어렵다"며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체크하며 실적 경쟁으로 내모는 콜센터의 고질적인 병폐 역시 계속되고 있어 업무 스트레스가 극도로 고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가의 조사에 따르면 마스크를 쓰고 장시간 상담하면 열과 습기로 인해 피부발진이 자주 발생하고 이산화탄소를 자주 들이마시게 되어 호흡곤란과 구토증세를 일으킨다 한다. 따라서 주기적인 환기와 적정한 휴게시간 보장은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2011년 한국산업 안전보건공단은 '콜센터 근로자의 직무스트레스 관리지침'을 통해 1시간마다 5분의 휴식, 2시간마다 15분의 휴식을 권장한 바 있다. 그러나 9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를 지키는 사업장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이렇듯 콜센터 내에 실질적인 방역대책 마련, 실적 압박 중단, 휴게시간 보장 등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대전시가 '마스크 미착용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행정조치를 고시한 것은 상담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전형적인 탁상행정, 노동무시 행정"이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