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출판사 이봄
극악무도한 범죄를 다룬 책은 많다. 프로파일러나 심리학자가 사이코패스나 범죄 양상을 분석한 책도 많다. 하지만 일반인이 범죄를 추적하고 고발하는 내용은 영화에서 더 익숙한 소재이다.
추적단 불꽃은 N번방을 추적해 지옥 같은 범죄에서 희생자들을 구했다. 경찰에 제보한 뒤에는 경찰과 협력하며 추적을 이어갔고 현재 수사는 계속되고 있다. 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이다.
추적단 불꽃은 두 명의 이십대 여성이다. 경찰이나 언론인이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젠더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이다.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많다. 온라인 상의 수많은 성범죄에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그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고, 수법도 날로 다양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문제는 사법기관이 대부분 이런 범죄들이 일어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가해자들을 적절하게 처벌할 수 있는 법의 부재로 범죄가 밝혀진다 해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직도, 처벌받지 않은 이들이 있다
실제로 책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세계 최대 아동포르노 사이트 운영자인 손정우는 국내법으로 '1년 6개월'의 형량을 마치고 석방된 상태이다(손정우의 '웰컴투비디오' 사이트에서 아동 성착취 영상물을 다운로드한 40대가 미국에서는 징역 15년형을 받았다. 출처 : 법률방송뉴스(http://www.ltn.kr)).
소위 "N번방"이라 불리는 텔레그램상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여성 청소년뿐만이 아니었다. 추적단 불꽃은 해당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지인능욕"이라 불리는 범죄를 목격하고 피해자를 찾아 연락을 취해 사실을 알렸고, 가해자는 처벌받을 수 있었다.
"지인능욕"의 피해자는 채팅방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다수의 채팅 참가자들에게 사진, 신상 등의 개인정보가 공개되었고, 성희롱과 합성의 대상이 되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수의 사례를 보면 디지털 성범죄는 불특정 개인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철저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누구나 이러한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추적단 불꽃은 해당 채팅방에 상주하며 주범자들이 업로드 하는 피해자들의 영상, 사진을 보고 채증했으며, 채팅방에서 오가는 대화를 보며 증거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저장했다. 관찰자이자 추적자로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희는 디지털 성범죄 '문화' 해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텔레그램 기반 성범죄는 거대한 디지털 성범죄 문화에서 빙산의 일각임을 알리겠습니다. 불꽃은 앞으로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며, 텔레그램 기반 디지털 성범죄의 왜곡된 사실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더불어 피해자 지원과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저 자신을 위해서라도, 더는 디지털 성범죄로 분노하고 불안한 여성이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습니다."
-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74쪽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고맙다는 말로는 부족 할 것 같다. 수많은 채팅 참가자들은 아직 처벌 받지 않았다. 법망을 피한 변종 범죄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추적단 불꽃'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추적단 불꽃
블로그 https://blog.naver.com/56flame
유튜브 https://youtu.be/V-CaMQxfjQg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 : N번방 추적기와 우리의 이야기
추적단 불꽃 (지은이),
이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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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을 발견한 두 명의 대학생, 그들이 택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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