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2일 서울대공원에서 마지막 공연을 하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박원순 시장은 제돌이의 불법 포획 사실이 알려지자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제돌이는 6월쯤이면 자유의 몸이 된다.
서울시
서울대공원 '쇼돌고래'였던 제돌이를 소개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제돌이가 방류된 날을 기념하는 7월 18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여수에서는 벨루가 '루이'가, 울산에서는 돌고래 '고아롱'이 이틀 간격으로 죽었다. 그러나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는 7년째 건강하게 지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롯데월드에는 3마리의 벨루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벨라' 한 마리만 남아있다. 다행히 2021년에 바다로 보내겠다고 약속했으니, 어린이 친구들과 함께 벨라를 응원하면서 지켜보고 싶었다.
어린이 독서단
꿈이 이뤄졌다. 일사천리로 포스터까지 제작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닥쳐와 독서단 수업은 하염없이 연기되고 말았다. 연기 안내를 알리는 대표님의 페이스북에 어린이 독서단 '발단식'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발단식이라! 그 기발한 단어를 놓칠 수가 없었다. 우선 독서단 단원으로 임명하는 임명장을 떠올렸다. 이렇게 저렇게 변형되다가 독서단 단장 코알라 선생님의 오케이 도장으로 완성했다.
사실 어디 내보이기에 누추하기 짝이 없다. 그런 종이 한 장을 건네주러 첫 모임에 상주작가인 배지영 작가가 등장했다. 학교에서 배지영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는 아이들 몇 명은 유독 어깨가 올라가 있었다. 발단식을 진행하는 단장인 내 어깨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상주작가는 작은 우리들 어깨에 뽕이 되어주었다. 13일의 금요일 밤, 어린이 독서단 발단식으로 우리의 첫 모임은 시작되었다.
부캐의 힘까지 빌려오다
유재석씨는 요새 '지미유'로 활동한다. 기획사를 차린 콘셉트로 이전의 이미지와는 완벽하게 다른 패션으로 활동한다. 전에는 댄스 가수 유두래곤이었고, 더 이전에는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었다.
나도 그렇게 유행을 따르고 싶었던 것만은 아니다. 너무도 오래 일을 쉬었다. 처음 방과 후 대체 강사로 가면서 슬슬 시동을 걸어보았다. 내 소개를 하면서 '코알라 선생님'이라고 알려주었더니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는 멀리서도 나를 알아보는 것이다.
"코알라 선생님이다!"
'집에서 우리 애들에게 어떠냐'고 물었을 때 솔직한 일곱 살은 말했다. 코알라는 작고 귀엽다고. "엄마, 코끼리는 어때?" 나는 서운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며, 다시 기회를 주며 물었다. 그럼 코뿔소는 어떠냐며 작고 귀여운 진짜 코알라 같은 아이가 진지하게 조언해 주었다. 하지만 내 마음이다. 이미 소개까지 하고 다녔다. '코알라 선생님'이라는 날개옷을 입고 이미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버렸다.
김한민 작가님 전작주의
이른 봄에 출판모임으로 모였을 때가 생각난다. 당시 배지영 작가는 <아무튼 시리즈>를 샘플로 독립출판의 방향을 제시했다.
SNS에서 보기는 많이 봤지만, 여태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던 시리즈였다. 목차라도 흉내 내보겠다는 생각으로 가장 끌리는 책 한 권을 계산했다. <아무튼, 비건> 그렇게 김한민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났다.
독서단 친구들에게 핫핑크돌핀스의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를 소개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진 자료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하지만, 글 밥이 너무 많았다. 한 권 정도는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어서 돌고래 관련 책을 수집했다. 군산시 곳곳의 도서관에서 '돌고래'가 들어가는 책을 쌓아두고 읽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웅고와 분홍돌고래>, 바로 김한민 작가의 그림책이다.
<아무튼, 비건>에서 작가 소개를 대충 읽어버린 나는 두 권의 책을 나란히 놓고 뒤늦게 흥분했다. 작가의 다른 책도 바로 읽어가야 할 명확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애정하는 김탁환 작가가 SNS에 이 작가의 이름을 언급한 것을 보고는 몹시 기뻐서 팔짝팔짝 뛰었다.
지난 8월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동물들의 시국선언에서 김탁환 작가는 낙타를, 김한민 작가는 천산갑을 맡아 동물들의 유언을 외쳤다. 자세히 보니 핫핑크돌핀스 사진에서도 종종 시셰퍼드 활동가로 함께 했음을 이제야 알아봤다.
가려졌거나 흩어졌던 퍼즐 조각들이 착착 모이면서 그림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 신이 났다. 한길문고 대표님께서는 돌고래 관련 책들을 모아 서점 한쪽에 어린이 독서단 포스터와 함께 전시해 주셨다. 역시 환상의 동네서점다웠다. 감동이었다. 그림책 스승이신 손미영 선생님도 어린이 독서단을 응원해주면서 김한민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작가의 전체 작품을 읽어가는 전작주의의 길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 도서관에서 두 번, 세 번 빌려 읽은 책을 다시 사는 일은 거의 없는데, 이번에는 아니다. 앞으로 계속 수업 교재로 써야 하니까 내 책꽂이에 차곡차곡 고이 모셔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