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이응이에게 모바일 입장권 발급은 쉬운 일이다. 전시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모바일 입장권을 QR코드 리더기에 갖다 대야 한다.
김승혁
이응이는 능숙하게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모바일 메신저로 입장권을 받았다. 입장권은 코로나로 인해 방문자를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로 발급됐다. 입장 대기 줄에서 보이스오버(Voice Over, 스마트폰 화면을 읽어주는 음성지원 프로그램)를 이용해 QR코드 입장권을 휴대전화 화면에 띄웠다. 하지만 혼자서 QR코드 리더기에 이를 정확히 맞추기란 쉽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진슬씨는 말했다.
"요즘은 빵집을 가도 QR코드 인증을 활용하잖아요? 보셨듯이 보이스오버가 있어 QR코드를 생성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이를 QR코드 리더기에 정확히 갖다 대는 것은 불편한 경우가 많아요.
또 뒷사람이 기다릴까봐 QR코드를 미리 활성화해 놓는데, QR코드 지속시간이 너무 짧아서 사라져 버리기도 해요. 그러면 다시 띄워야 하는 거죠. 스마트폰 조작이 느릴 수 있는 노년층이나 장애인을 고려해서 QR코드 지속시간을 좀 늘려 주면 어떨까 생각해요."
[불편한 박물관 ④] 전시물을 볼 수도, 전시 정보를 읽을 수도 없다
진슬씨와 이응이는 박물관 3층 아시아관부터 관람을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은 전시물을 직접 보기 어려워 오디오 해설 서비스를 선호한다. 해당 서비스는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모두가 이용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해당 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물관 앱을 통해 RFID 방식으로 전시 해설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를 직접 이용해본 결과, 모든 전시관의 전시물 정보가 제공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상설전시관에서는 전시 해설을 듣기 위해 전시물별 고유 번호를 휴대전화에 직접 입력해야 한다.
그러나 진슬씨는 해당 번호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전시 번호가 손바닥만한 작은 설명 칸에 쓰여있기 때문이다. 설명 칸에는 이를 읽을 수 있는 점자 또한 마련돼있지 않았다. 이응이가 말했다. "엄마 휴대전화 줘 봐. 내가 할게. 빨리 반가사유상 보러 가자!"
이응이는 익숙한 듯이 오디오 해설 앱을 와이파이에 연결하고 전시 번호를 입력해 전시관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쇠북과 금관 등의 전시물을 보면서 '이건 모조품이고, 저건 진짜야'라며 진위를 가려보기도 했다. 특히, 고대했던 반가사유상을 보자 입을 막고 '와!'하며 감탄사를 뱉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