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고상만
"운동권 동지를 의문사로 잃었다"
- 첫 번째 글이 아버지와 관련한 글인데 두 번째 글은 장인어른에 대한 회고다. 제목이 <장인 어른이 남겨주신 유산, 50만 원>인데 어떤 사연인가?
"1989년 대학 입학 후 학생운동을 하게 되었다. '전두환과 평생동지'였던 아버지에 대한 부끄러움, 그래서 그 아버지를 대신하여 역사의 죄 닦음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학생운동 과정에서 1990년 운동권 동지를 의문사로 잃었다. 지금 내가 의문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가 그 일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농성 중에 한 여학생의 아버지가 점거 농성 중인 건물로 딸을 찾아와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는데, 훗날 그 분이 내 장인어른이 되었다. 참 좋은 분이었고 우직한 농부의 길을 걸어가신 분이었다.
그분과 또 다른 아버지인 장인어른으로, 그리고 또 다른 아들인 사위로서 맺게 된 인연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장인어른은 청렴하게 살아가셔서 남기신 재산이 없으셨다. 그래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뜻밖에 받게 된 돈 50만 원이 있었다. 그 돈이 나에게는 그 어느 재벌이 준 50억 원보다 더 값지고 귀하게 느껴졌다. 그 50만 원을 잘 쓰고 싶었는데 책에 그 사연을 담았다."
- 모두 14개의 주제에 다양한 사연이 담겨 있는 것이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
"14개 꼭지의 목차에 각각 세 가지 사연을 담아 썼으니 전체적으로 42가지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연 하나 하나가 특색 있는 이야기라서 혹시 작문한 것 아닐까 의심하기도 한다. (웃음) 그런데 작문은 절대 아니다. 실제로 있었던 사실 그대로 썼고 훗날 다시 읽어도 부끄럽지 않기 위해 애를 썼다. 읽어보시면 이해하실 거다."
- 책을 쓰면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글이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내가 살아온 지난 50년간의 삶을 쓴 에세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가족이야기가 가슴에 많이 남는다. 특히 학생운동권 선, 후배로 처음 만나 오늘까지 함께하고 있는 아내 이야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애틋함을 담고 있다. 그다음엔 장준하 선생님의 의문사 조사 과정에서 뵌 법정 스님과 김대중 전 대통령님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 없다.
법정 스님의 사연은 이 책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많다. 요즘 많은 분들에게 꼭 알려드리고 싶은 슬픈 사연으로 글을 쓰며 몇 번이나 북받치는 슬픔에 일어나 서성거려야 했다. 책을 쓴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참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싶다. 글을 쓰면 새로 배우고 깨닫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쓰며 더 많은 배움과 깨우침이 있었다. 고마운 일이다."
20대 시절에 만난 노무현과 문재인 변호사
- 코로나19 이후 출판 시장이 많이 위축되었다고 한다. 책은 좋지만 결국 독자가 많이 읽어야 의미가 있는데 사정은 어떠한가?
"책을 내면서 많이 걱정했다. 사실 이번 책이 개인적으로는 여덟 번째 출간하는 책인데 책을 낼 때마다 늘 고민이다. 이 책이 정말 독자에게 필요한 책인지, 그리고 출판사에 피해 주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다행히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순조롭게 입소문이 나고 있는 듯하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분이 책을 읽다가 눈물이 쏟아져 혼났다는 후일담을 보내왔다. 어느 기자 분은 자기가 평소 존경하던 분들의 이야기가 많아 흥미진진하게 읽고 있다는 문자도 보내주기도 했다. 이런 글들이 저자 입장에서는 고맙고 영광스러운 기분이다.
특히 '내가 만난 인권변호사가 대통령이 되다'의 글에서는 20대 시절에 우연히 만나게 된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님에 대한 인연을 다루는데 그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흥미를 보여줬다. 좋은 분들을 20대 청춘에 지근거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참 복이 아닐까 싶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