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리 밝히자면 유권자나 연구자로서가 아니라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으로서 저는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365일 국민과 소통하는 광화문 대통령'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는 전담 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소통을 국정과제로 한정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점수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약속했던 '대통령을 포함한 장관과 차관의 일정 공개'는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62개 기관장의 일정이 통합 공개되고 있고, 대통령의 여름 별장인 경남 거제의 저도는 47년 만에 개방돼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국제신문>, 2019.9.22.). 얼마 전에는 김신조 사건 52년 만에 북악산 철문을 열어 청와대 인근을 개방하겠다는 대선 당시의 약속을 지켰습니다.
아쉬운 점은 광화문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여 일반 국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이 무산된 것입니다. 하지만 광화문 일대를 완전 개조하는 서울시의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사업이 한창이고, 국회의 세종시 이전 논란 등을 고려하면,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보류를 질질 끌지 않고 솔직하게 인정한 것은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공식 기자회견이나 여야 지도부 회동 횟수를 근거로 직전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덧씌우고자 하고 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 일정 중 상당수(78%)가 청와대 내부에서 이뤄졌으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일정이 '비서실 현안 업무보고'였음을 근거로 '탁상·내편 정치'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니, 코로나19로 결혼식과 장례식 등 모든 가정의 대소사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비상 상황에서 적지 않은 인원과 의전이 뒤따를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축소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왜 대통령이 외교부 장관과 45회 식사한 것이 '단독'으로 보도될 만한 사안인지 모르겠습니다(<조선일보>. 2020.10.29.).
3. 국민들이 바라는 진짜 소통은 중대사에 대한 합리적 설명
그럼에도 여기저기에서 문재인 정부의 소통 능력의 약화와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커졌다는 점은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이 시장의 상인들이나 기업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의미 있는 현장 정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번기의 모내기나 선거철의 시장 탐방, 설이나 추석 명절의 서울역 환송, 방송을 통한 국민과의 대화 등등의 의례적인 행사가 대통령의 소통 능력의 척도는 아닙니다.
저는 보통 사람들이 바라는 소통은 이런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루하루의 일상, 더욱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버거운 삶을 살아내는 국민들은 정치에서 경제까지 시시콜콜한 모든 이슈에 대해 상세히 알 순 없습니다. 또한, 그러한 모든 정책들을 시민이 직접 참여해 결정하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국민들이 알고 싶고, 듣고 싶은 것은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하고 중대한 현안에 대한 국가수반이자 정부수반으로서 대통령과 정부의 '설명'인 것입니다. 2020년 11월 현재 국민들은 다음과 같은 국정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설명을 듣기를 원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