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고(故) 전태일 열사 훈장 추서식에서 둘째 동생 전순옥 씨 옆의 의장병이 들고 있는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판에 부장을 걸어주고 있다.
연합뉴스
전태일 열사가 정부로부터 '노동인권 개선'이라는 공로를 공식으로 인정받기까지는 50년의 시간이 흘렀다.
12일 청와대에서는 전태일 열사의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사의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 추서식이 열렸다. 문 대통령은 추서식이 끝난 직후 유족들로부터 <전태일 평전> 내용을 청취하면서 "저도 저 책을 보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라고 회고했다(관련기사 :
전태일 열사, 산화 50년 만에 1등급 국민훈장 받다).
이어 유족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전태일 열사에게 드린 훈장은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표현이다"라며 "50년 걸렸다, 50년이 지난 늦은 추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에서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께 훈장을 드릴 수 있어 보람으로 생각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인 고 이소선 여사는 지난 6월 6.10민주항쟁 33주년 때 '민주화유공자'로서 국민훈장 모란장(2등급)을 수여받은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전태일 열사의 부활을 현실과 역사 속에서 느낀다"라며 "군사정권에서 끊어졌던 노동운동이 전태일 열사를 통해 되살아났고, 전태일 열사가 했던 주장이 하나하나 실현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 14시간-주 80시간 노동이 연 1900시간 노동으로, 하루라도 쉬게 해 달라는 외침이 주 5일제로, '시다공'의 저임금 호소가 최저임금제로 실현됐다"라며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발걸음은 더디지만,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태일의 친구 "태일아, 너는 훈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니?"
전태일 열사와 함께 '삼동회'에서 활동했던 친구인 최종인씨는 "오늘까지 50년이 지났고, 우리들은 70이 넘었다"라며 "그동안 전태일기념관 하나가 꿈이었는데, 지난해 청계천상가에 세워졌고, (오늘 훈장 추서까지 더해) 감격스럽다"라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또다른 친구인 김영문씨는 "50년 전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마라'라고 한 태일이의 말이 생각난다"라고 했고, 이승철씨는 "태일이를 지금 만나면 '너는 (훈장을) 어떻게 받아들이냐'고 물어보고 싶다"라고 했다. 임현재씨는 "이 훈장은 후대들이 노동존중사회가 가치있는 사회임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훈장 추서에 의미를 부여했다.
전태일 열사의 첫째 동생인 전태삼씨는 "국민들이 잊지 않게 해줘 정말 감사하다"라고, 셋째 동생인 전태리씨도 "오빠의 죽음에 의미를 심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문 대통령 "노동존중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 분명"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촛불정부가 노동중심사회를 위해 앞장서 줘서 고맙다"라면서도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한 전태일은 지금 뭐라고 얘기할지 궁금하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에 문 대통령은 "전태일 열사는 '아직 멀었다'고 하시겠지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노동존중사회로 가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노동존중사회에 반드시 도달할 것이라는 의지를 갖고, 수많은 전태일과 함께 나아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날 추서식과 환담에는 열사의 동생들인 전태삼·전순옥(전 의원, '참 신나는 옷' 대표)·전태리씨, 열사와 '삼동회' 활동을 함께 친구들인 최종인·이승철·임현재·김영문씨,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 전태일 열사 유족 등이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나눈 환담을 정리한 것이다.
문 대통령 "노동존중사회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