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크로 폴리스.
차노휘
다시 센티해진 나는 페르가몬 왕국부터 오스만 제국까지 사용했던 소아시아에서 가장 큰 죽은 자들의 도시를 둘러봤다. 무덤 옆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살고자 하는 에너지가 흘렀는데 이곳 또한 그랬다. 공동묘지 너머 온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치유의 물
공동묘지에서 5분 정도 걸으면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자주 찾아와서 목욕했다는 고대 수영장인 '테르메 온천욕장'이 있다. 섭씨 35도인 미네랄 온천수가 치유 효과가 있다는 소문에 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 중에는 중병에 걸린 환자들까지 있었다.
치유의 물로 효과가 좋은 이곳을 로마인들은 신성한 도시(히에라 폴리스, 그리스어 '히에로스(Hieros)'는 '신성함'을 뜻한다)라고 불렸으며 이 도시가 명성을 더할수록 생을 마감하는 외부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들을 온천 바깥, 1km 떨어진 공동묘지에 묻었다.
무덤 형태는 시대에 따라 아치, 2층 건물, 원형 분묘 등으로 다양하나 지금은 보존력이 좋은 돌무덤만 남아 있다. 수많은 석관들이 뚜껑이 열리거나 파손된 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죽은 자가 생전에 아끼던 물건까지 같이 묻어주는 관습 때문에 도굴이 잦았다. 도굴을 막기 위해서 도굴꾼을 신고하면 천문학적인 포상금을 주는 신고 제도를 마련하고 메두사의 머리를 석관에 장식하거나 저주의 글들을 새겨 넣기도 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한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