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목화장터 청년기획팀의 재영, 은영, 종혁
지리산 작은변화지원센터
언제부턴가 도심 한복판에, 혹은 지역 명소나 관광지를 배경으로 '프리마켓'이 들어서며 유행하기 시작했고, 그중 몇몇은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한번 가본 적은 없어도 마르쉐@, 문호리버마켓, 벨롱장, 마켓움 등의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이리라.
어느새 관광상품이 된 이런 마켓들에 비하면 거의 무명에 가까울 테지만, 지리산권에도 전통 오일장과는 별개로 주민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장이 있다. 이름부터가 '시골스러운' 목화장, 살래장, 문놀장, 콩장이 바로 그것.
이 중 경남 산청군 신안면 원지 소공원에서 달마다 두 번씩 열리는 목화장터는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전부 자원봉사자에 의해 돌아갈" 만큼 참여자들 간의 결속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장터의 온라인 채널로 운영되는 밴드는 '소통'이라는 제 기능과 역할을 백 퍼센트 이상 해내고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그냥 둬도 이처럼 잘만 돌아가는데 올해 들어 새롭게 '청년기획팀'이 꾸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른바 목화장터의 '젊은 피'라 불리는 세 명의 청년(은영, 재영, 종혁)은 어떤 변화를 상상하고 있을까? 가을볕 아래 들판도 사람도 곱게 익어가던 어느 날, 그들을 만나기 위해 98회 장이 열리고 있는 원지 소공원을 찾았다.
장터에 '진심'인 사람들의 세대교체
"목화장은 그동안 성경모 선생님과 김명철 선생님, 그리고 그분들을 지원하는 나눔회라는 모임에 의해 굴러왔어요. 그런데 작년 말쯤 성경모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청년들한테 목화장을 맡겨보면 어떨까? 그땐 아무 생각 없이 괜찮을 거 같다고 했어요. 설마 그 청년들에 제가 포함돼 있을 줄은 몰랐던 거죠(웃음)." - 은영
"저도 비슷해요. 알고 보니 성경모 선생님이 우리 셋을 다 따로 만나 작업을 하셨더라고요.(웃음) 그때 제가 느끼기로는 성경모 샘이 지금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청년들이 우선 2년 정도 맡아보면 어떻겠냐고 하시기에 좋다고 했지요." - 종혁
위에서도 드러나듯 목화장터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성경모, 김명철 두 사람이다. 지역에서 뭔가 재미난 일을 벌여보고 싶었던 두 사람은 산청군 중 유일하게 신안면에만 오일장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 2014년 한 해 동안 인근 지역의 프리마켓을 둘러보는 등의 준비를 거쳐 이듬해 3월에 '산청 지리산 목화장터'란 이름으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한다.
나눔회는 그때부터 이 두 사람의 활동을 응원하고 지원해온 사람들의 모임으로 지난 5년간 묵묵히 앞뒤와 양옆을 두루두루 살피며 내조를 해왔다고. 요즘 말로 장터에 '진심'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두 사람과 나눔회 회원들이 마치 어머니가 제 자식을 마주하듯 애틋한 시선으로 목화장터를 바라본다면, 청년기획팀에게는 무엇보다 고마움이 앞선다. 타지에서 들어온 이주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이들에게도 고단한 시절이 있었고, 그럴 때 손 내밀고 품어준 목화장터의 기억이 여전히 삶을 덥히는 온기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기꺼이 장터 운영을 떠안은 세 청년의 마음 또한 진심일 수밖에.
"누구에게라도 비빌 언덕이 되어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