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항일연군 제3로군 총참모장 겸 제3군장 허형식 장군.
박도
허형식 장군
1999년 8월, 중국대륙 항일유적지 답사 길에서다. 나는 그때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동북열사기념관에서 뜻밖에도 고향 출신의 항일 명장 허형식 장군을 만났다. 그분의 직함은 '동북항일연군 제3로군 총참모장 겸 제3군장'으로 그분을 만난 순간 어떤 황홀함과 함께 소명의식을 가졌다.
그때 연길에서 만난 연변대 박창욱 교수의 추천으로 '중국 조선민족 발자취총서 4-결전'을 샀다. 귀국한 뒤 아들에게 그 책을 보여주자, 책 머리 화보에서 허형식 장군의 사진을 스캔해줬다.
나는 그 사진을 액자에 담아 그날 이후 2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서가에 금오산 사진과 함께 세워 두고 있다. 그러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허 장군을 주인공으로 실록소설을 기필했으나 번번이 탈고치 못했다. 어떤 때는 100매 정도, 또 어떤 때는 400~500매를 쓰다가 중단하기도 했다.
그렇게 된 연유를 구차하게 변명하면 나의 게으름에다가 독립운동사에 대한 나의 무지요, 일제강점기 당시 '만주'라는 공간에 대한 나의 공부와 작중 인물에 내공 부족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동북아역사재단 장세윤 연구위원에게 자문을 구하고 문헌을 빌려 만주대륙과 항일 빨치산에 대한 공부를 골똘히 했다.
그런 답답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가운데 어느새 내 나이 일흔이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에 어쨌든 탈고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항일이라는 큰 시내를 건너는 한 징검다리의 돌멩이가 되자고.
그리하여 2014. 10. 5. 부터 <오마이뉴스>에 '들꽃'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를 시작하여 이듬해(2015) 2. 14.까지 41회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