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알 인절미밥알을 뭉쳐 콩가루를 입히면 할머니의 '밥알 인절미'가 완성된다.
박진희
할머니께서 이따금 요깃거리로 챙겨 주시던 '밥알 인절미'는 율무차와 환상 콤비다. 말이 인절미지 갓 지은 밥이나 보온한 밥에 소금 약간을 쳐서 뭉친 후, 쟁반에 쏟아놓은 콩가루 위에 굴려주는 게 전부다.
손자국이 나도록 '꾹꾹' 눌러 만든 밥알 인절미를 입 안에 넣으면 콧등까지 전해지는 구수한 콩 내음과 씹을수록 쫀득거리는 식감이 좋아 한참을 입안에서 오물거렸다. 돌이켜 생각하면 별반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그땐 왜 그리도 맛있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70, 80년대는 모든 물자가 귀하여 너나없이 아끼며 살았다. 국민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버려지는 담뱃갑 속지를 이면지로 사용하게 할 정도였다. 지금처럼 가정에서 2, 3대씩 냉장고가 필요치도 않았고, 쟁여놓은 음식물이 상해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절이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때니 집집마다 특별한 날이 아니면 어딘지 부실한 밥상이 차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밥알 인절미와 특제 율무차는 일하는 엄마를 둔 안쓰러운 손주들에게 차려낸 할머니의 최고의 밥상이었던 셈이다.
어느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따스한 손맛이 그리울 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