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에 올려놓은 통삼겹살
이천환
작업을 마무리하니 깔끔해 보이는 게 나름 괜찮다. 고기에 양념을 다 하고 그릴에 불을 피운다. 40분 이상 그릴에서 고기를 익혀야 하기에 숯을 여유 있게 준비해서 토치로 불을 붙인다. 숯에 불이 충분히 붙어야 그릴 커버를 덮었을 때 불이 안 꺼지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고 숯이 충분히 타오를 때까지 불을 붙인다.
불붙은 숯은 옆으로 펴서 고기에 충분한 열이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석쇠를 올린 후 그 위에 작업한 고기를 올린다. 커버를 닫고 10분 정도마다 한 번씩 위치를 돌려 골고루 열이 전달되도록 한다.
물론 그냥 놔둬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한데 혹시나 한쪽 면만 닿게 되면 그 면만 까맣게 탈까 봐 돌려주는 것이다. 커버를 덮으면 열은 250도 정도까지 올라간다. 고온의 열기는 두꺼운 고기가 속까지 충분히 익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40여 분을 익히고 나면 일부 삼겹살의 기름이 흘러나오기도 하는데 극히 적은 양이 흘러나와 숯에 떨어진다. 그 기름이 불에 타면서 맛있는 고기 냄새가 사방으로 진동한다. 먹기 전에 향기로 자극을 주려는 듯 고기와 허브향이 어우러진 냄새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된다.
살짝 뜸을 더 들인 후 포일을 벗겨내면 그 안에 잘 익은 고기가 향기와 더불어 모습을 드러낸다. 먹기 좋게 썰어 내면 아이들이 달려와 먹어보고는 엄지손가락 척 내밀
어 준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음식을 아이들이 좋아해 주면 그보다 더 기분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
정육점에 가서 수육보다 좀 더 큰 사이즈로 잘라달라고 했을 때, 사장님이 처음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수육이 너무 크면 오래 익혀야 되니까 좀 얇은 게 좋아요."
"저는 그냥 그릴에 구울 건데요."
"그릴에 구우면 더 안 익을 텐데요?"
"아니요. 잘 익습니다. 괜찮아요."
"알겠습니다. 원하시니 썰어드리기는 하는데, 잘 안 익을 텐데..."
"걱정 마시고 썰어주시면 됩니다."
사장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더 굵은 사이즈로 삼겹살을 사 가지고 와서 이 방식 그대로 익혀 지인들과 맛있게 먹었다. 지인들도 물 한 방울 안 들어간 수육은 처음이라면서 이렇게 익혀서 팔아도 될 것 같다고 그랬다.
우리 가족이 먹을 고기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처가에 가져갔다. 그냥 먹으라고 사다준건데 또 가져온다고 하시면서도 말씀과는 다르게 손은 이미 고기를 받으시더니 바로 상을 차려내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