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국악공감 10월 마지막 주에는 평양검무보존회 초청공연 ’심향‘이 있었다. 관객들의 추임새가 우렁찼다.
정명조
아리랑마을에 있는 아리랑체험관에 들렀다. 멀리서 보면 장구 모양인데 가까이 가서 보면 북이다. 다른 곳과 달리, 진도는 북을 어깨에 메고 두 손으로 친다. 노래 부를 때 징과 꽹과리는 없어도, 북은 꼭 있어야 한다. 혼자서 아리랑을 불러 보는 방도 있고, 단체로 꽹과리와 징과 장구와 북 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방도 있다.
아리랑은 2012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인류무형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 남북을 통틀어 60여 종 3600여 수에 이른다고 한다. 전라도만 하더라도 진도아리랑을 비롯하여 7종의 아리랑(지도, 영암, 구례, 남원, 순창, 정읍)이 있다.
진도에 가면 누구나 흥겹게 한바탕 놀 수 있다. 수요일에 '진수성찬'(진도군무형문화재전수관, 오후 5시), 금요일에 '금요국악공감'(국립남도국악원, 저녁 7시), 토요일에 '토요민속여행'(진도향토문화회관, 오후 2시), 일요일에 '일요상설공연'(해창민속전수관, 오후 2시)이 봄부터 가을까지 펼쳐진다. 이들을 보고 나면 흥이 넘쳐 밤을 설치기 일쑤다. 그곳에 늘 홍주가 함께한다.
흥겨운 사람에게 더 흥이 넘치게 만드는 술
'진도 홍주'는 전남 무형문화재 제26호다. 기능 보유자였던 허화자 할머니도 허대의 후손이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전통 방식으로 술을 빚으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홍주를 자랑했다. 그가 보낸 세월을 이야기하며 눈물짓곤 했다.
이생진 시인은 평생 섬을 떠돌며 시를 썼다. 허화자 할머니를 만난 뒤 '허 여사!'라는 제목으로 시 다섯 편을 <어머니의 숨비소리>(우리글, 2014)에 발표했다. 1편 '진도 홍주'에서 '허 여사! 나는 처음으로 여자 이름에 감탄부호를 달았다'고 고백하고, 2편 '술이 주인이다'에서 홍주 마시는데 필요한 조건을 말한다.
<전략>
그제야 술이 묻는다
너는 술만큼 투명하냐
너는 술만큼 진하냐
너는 술만큼 정직하냐
이때 이 물음에 답하는 것은 내 얼굴빛
내 얼굴빛이 홍주빛일 때
비로서 내게 홍주 마실 자격을 준다
그리고 4편 '달을 빚는다'에서, 동갑내기 두 사람은 드디어 술친구가 된다.
달구경 가자 한다
그믐인데 무슨 달이냐 했더니
'술을 만드는 사람이 그것도 못 만들까봐' 하며
방에 들어가 누룩으로 달을 빚는다
술잔에 가득 찬 달이
그녀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하늘에 와서 살지 않겠느냐 묻는다
나를 흘긋 쳐다보고는
그녀가 먼저 머리를 흔든다
지금은 진도 군수의 품질 인증을 받은 양조장이 여섯 군데 있다. 모두 현대식으로 홍주를 만든다. 흥겨운 사람들을 더 흥이 넘치도록 하는 술을 만들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시름을 슬픔으로 끝내지 않는다. 슬픔의 절정에서 흥을 찾아 어깨를 들썩거린다. 초상집에서도 노랫가락이 흘러나온다. 이 소리마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올린다. 여기저기 펼치는 공연에서 그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설움을 가락으로 풀어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국내 하나뿐인 '민속문화예술특구'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