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산방 입구 운림산방에 가면 소치기념관 뿐만 아니라 남도전통미술관, 진도역사관, 금봉전시관이 함께 있어 볼거리가 많다.
정명조
운림산방
운림산방에 갔다. 아침과 저녁에 안개가 피어올라 구름 숲이 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치는 스승인 추사(秋史) 김정희가 세상을 떠나자 고향으로 내려와 죽을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소치의 화풍은 후손들에게 이어졌다. 직계만 해도 무려 200여 년 동안 5대에 걸쳐 뛰어난 화가가 10명 나왔다. 방계까지 포함하면 이 집안에서 나온 화가가 서른 사람이 넘는다. 소치와 의재는 입도조(入島祖) 허대의 후손이다.
허대는 임해군의 처조카다. 역모로 몰린 임해군을 보살피기 위해 진도에 들어왔다가 그대로 눌러앉았다. 진도에 사는 양천 허씨는 모두 그의 후손이다. 자연을 붓끝으로 담아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빗자루만 잡아도 명품이 나온다는 우스개도 있다.
소치기념관은 소치와 그의 후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선이 굵고, 명암이 뚜렷하다. 한편으로는 은은한 색채와 과감한 여백이 끝없는 자유를 느끼게 한다. 보면 볼수록 마음이 차분해진다.
소치화실 앞에 작은 연못이 있다. 영화 <스캔들> 촬영지다. 배용준과 전도연과 이미숙이 연못에서 뱃놀이하며 부리던 수작이 생각난다. 연못 가운데에 있는 동그란 섬에 소치가 심은 배롱나무가 매끈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