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단풍소화전 피해서 근사한 풍경 사진 찍기는 쉽지 않다.
황승희
나의 미안함은 안중에도 없이 우리는 날씨에 넋이 나가버렸다. 알고 있는 최고의 감탄사들을 토해냈다. 노랑 단풍에 황홀해하면서 김밥을 먹던 벤치는 일어나고 보니 고흐의 그림 한 장면이었다.
금산사 구석구석을 발길 닿는 대로 가볍게 걸었다. 이게 '갑석'이라 하고 저거는 '귀부'라는 나의 부연설명 따위 필요는 없었다. 건축 양식이라던가 사대천왕에 대해 할 말은 없지만 표지판도 적당히 읽고 사진도 찍었다. 알고 보고 알고 찍는 지적 충만함이 없어도 괜찮은 여행이다라고 오늘 하나 얻었다.
얻은 것 말고 달라진 게 한 가지가 더 있는 것을 알았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마스크를 착용해주세요'라는 표지판이 금산사 곳곳에 어디라도 붙어 있었다. '조용히 해주세요' '신발 벗고 들어가세요'와 함께 이젠 절과 자연스러운 풍경이 돼버린 듯하다.
나의 시선이 불상에 닿으려면 먼저 불상 앞 기둥에 잘 붙어있는 마스크 표지판을 거쳐가야 한다. 소화전 피해서 근사한 풍경 사진 찍기 힘들 듯이 마스크 안내판 피해서 사찰 내부 사진 찍는 건 이젠 불가능한 시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