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9월 15일 첫 공개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안을 놓고 양형위 전문위원 4명·전문가 6명·시민100여 명 등과 함께 공청회를 진행했다
강연주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포되기 전 즉시 삭제·폐기한 경우'만이 '실질적' 조치에 상응한다"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유포 이후에는 사실상 완전 삭제·폐기가 어렵고 또 그 여부를 검증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범죄' 관련 발제를 맡은 김현아 변호사(김현아 법률사무소)도 "해당 감경인자에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없다"면서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을 반영하여 '협박·강요에 이용된 촬영물, 복제물을 자발적으로 '완전 폐기'한 경우 등을 감경인자로 반영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강수진 양형위 전문위원(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염려하신 부분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저희가 이 범죄에서 피해회복을 어떻게 표현하고 반영할 것인지 고민해서 넣었다고 생각해주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위원은 "사실 (불법촬영물에 대한)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선 그 상태를 유지할 필요성도 있지만, 이런 범죄에서는 보전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라며 "그래서 증거보존과 피해 회복이라는 상충되는 가치에 대한 균형있는 조화점 찾는 게 중요했다"고 덧붙였다.
"일부 문구, 부적절한 감경 이뤄질 가능성을 높여"
감경요소 : (불법)촬영물의 내용을 쉽게 파악 할 수 없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
해당 문구는 카메라등이용촬영범죄 양형인자 가운데 형 '감경요소'로 고려되는 부분인데, 피고인이 영상을 촬영했다 하더라도 인물이 특정되기 어렵거나 화질이 좋지 않을 경우 참작 요건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 또한 문제가 있다고 봤다.
신진희 변호사는 해당 문구를 두고 "불분명한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가슴이나 치마속 등 신체부위만 촬영된 사진이나 동영상의 경우,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에 해당해 카메라등이용촬영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면서 "그 촬영물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므로 위 감경요소에 포섭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변호사는 "촬영물의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없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는 집행유예의(집행유예가 권고되기 위한) 긍정적 요소로도 반영되는데, 같은 이유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서승희 대표도 같은 입장을 전했다. 서 대표는 "구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명시할 경우, 부적절한 감경이 이뤄질 가능성을 높인다"면서 "상황과 환경의 조건으로 인해 내용 파악이 어려운 경우를 피고인의 감경 요소로 두는 것은 해당 범죄의 특성을 완전히 잘못 반영하는 조치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서 대표는 "화질이 좋지 않더라도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게 했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불법 합성·편집물에 대해서도 비슷하나 사유로 해당 감경요소를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지적에 대해 강 전문위원은 "법관으로서는 완전히 의도적인 촬영과 그렇지 않은 촬영 행위를 구별할 수 있도록, 어느정도의 양형 차이를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대신 특별가중인자에 나체·성관계 등 촬영으로 극도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해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를 넣었다. 가중 장치를 넣었다고 말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날 공청회에서는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 강요죄의 경우 '신고의무자 또는 보호시설 등 종사자의 범행'을 특별 가중인자로 새롭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련 내용을 언급한 김현아 변호사는 "해당 내용은 현재 성범죄와 디지털 성범죄 중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에선 특별가중인자에 해당한다"라며 "그런데 본 범죄에는 관련 내용이 빠져있다.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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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 문제의 한 줄... 불법 촬영물 삭제가 감경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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