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어린이집 음악 수업 풍경음악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자신의 리듬대로, 표현하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악기를 두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박소영
이렇게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학부모 스트레스 또는 상사에게 쏟는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고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동료들 간에도 수평적인 관계이다. 선생님들은 교대로 쉬는 시간에 아이들 교실과 다른 층에 있는 위층으로 올라가서 선생님들이 쉬는 공간에서 편히 쉬다가 다시 내려온다. 선생님들이 하루 종일 일하는 공간인 일터에서 아이를 돌보는 일 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받을 만한 스트레스가 적다 보니 자연히 아이들과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프랑스의 회사 조직문화가 비교적 수평적이라는 것에서 어린이집도 또 하나의 조직이라고 볼 때 비교적 스트레스가 덜한 덕분에 아이들의 사건 사고도 덜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이 생활하는 것을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아이 엄마들에게 보내주기도 한다고 들었다. 어느 날 나는 유튜브에서 한국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모여서 각자의 고충을 얘기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 주다가 사고가 생기기도 하는데 학부모들이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만 사실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인터뷰였다.
이곳 프랑스에는 이런 일이 절대로 없다. 학부모가 요구한다고 해도 어린이집에서 들어주지도 않을 뿐더러, 이를 요구하는 학부모도 없다. 크레쉬 안에서는 담임 선생님들의 자율과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고, 원장도 학부모도 선생님들에게 개입 또는 요구 사항이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직접 돌보는 가장 중요한 선생님들의 심신이 비교적 편안할 수밖에 없고, 아이를 돌보는 일 외에는 어떠한 다른 스트레스가 없기 때문에 어린이집 사고가 많이 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시크한 선생님들 가이드 아래에서 즐겁게 생활한다. 나름의 규칙과 규율 속에서 자유롭게 생활을 한다.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면 "오늘 하루 잘 지냈어요"가 최고의 칭찬이다. 더 이상 자세하게 말해주지도 않고 아이의 세세한 발달 사항을 구구절절 나열하지도 않는다. '꽁떵!(Content, 행복해)'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이 끝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도 없고 평가도 없다. 나는 종종 선생님께 우진이가 말은 하는지 불어는 잘하는지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성장 속도는 모두 다르니 말을 늦게 하더라도 괜찮다고 답해주었다. 정말 아이의 속도는 제 각각이다. 나는 알면서도 괜시리 물어보곤 했다.
나는 파리에 거주한 3년 4개월 동안 단 한 번도 프랑스 TV에서 어린이집 사건 사고 관련 뉴스를 본 적이 없다. 왜 한국은 이곳 프랑스와는 다르게 종종 어린이집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일까? 닷페이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보육 교사는 사진 찍는 기계? 어린이집은 군대?'라는 제목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한국 조직문화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된 어린이집 시스템이 자칫 교사들로 하여금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그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물론, 어린이집의 구조적인 문제 또는 조직 문화와는 상관없이 어린이집 교사 개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다. 개인의 성품 또는 자질이 의심되는 어린이집 교사들도 분명 있다. 그들은 처벌받아 백 번 마땅하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아이가 너무 좋아서 어린이집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들로 인해 그들의 초기 열정과 꿈을 사그라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이에 대해 정부, 시민 사회, 학부모들이 다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공유하기
왜 프랑스에서는 어린이집 사건 사고가 덜할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