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동자 만화 '까대기' 이종철 작가
이희훈
이 작가는 "'힘들면 쉬면 되지 않냐'라는 물음이 가장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면서 "절대 불가능하다. 택배기사들은 물량 숫자를 갖고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자기 구역을 계약하는 거다. 담당해야 할 지역 내 물건이 지연되거나 파손되면 모두 택배기사에게 책임이 있다. 절대 쉴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작가는 이러한 일들의 주요한 원인이 '독과점의 폐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책에서 공룡으로 표현된 재벌택배사는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택배비를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을 점유해 간다. 결국 택배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5000원 이상하던 택배비는 계속 내려갔고, 이러한 폐해는 택배기사들에게 온전히 돌아갔다. 이 작가는 "한 건에 1000원 하던 수수료가 어느새 700원, 600원이 됐다. 생계를 위해 기사들은 생각이라는 걸 하지 못하고 택배를 분류하고 들고 나르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배송하는 기계가 아닌 사람... 노동자들이 목소리 내면 변한다"
연이은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에 CJ대한통운을 비롯해 한진, 롯데, 로젠 등 대한민국 주요 택배사 대표들이 과로사 방지 대책을 내놓고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대표적인 대책이 택배 분류인력 투입. 그러나 그마저도 택배사들은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면서 "(비용에 대해) 대리점과 협의 중이다, 기사들에게는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라는 입장만 밝힌 상태다.
이 작가는 "(분류인력 투입이) 제대로만 정착되면 택배기사들의 출근시간이 2~3시간은 늦춰질 것"이라면서도 "기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기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확실한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로사 대책위가 택배사들의 약속 이행을 위해 정부와 국회, 택배사, 노동자, 시민단체가 함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민관공동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이 작가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택배기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변화가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결국 노동자를 배송하는 기계로 여기느냐, 사람으로 여기느냐의 차이다. 사람으로 여기야만 변화할 수 있다. <까대기>는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