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솔기가 튿어지면 손바느질로 꿰매 입었다. 옷을 버리지 않고 2년 더 입으면, 옷이 환경 오염에 미치는 영향력을 20~3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최다혜
돈 덜 쓰려고 예산도 빠듯하게 잡았다. 우리집 부부 의류 예산은 6개월에 10만 원이라서 솔기가 튿어지면 고쳐 입었다. 하루 식비는 15000원이기에 플라스틱 곽에 포장된 샌드위치 말고, 도시락 통에 식빵에 으깬 감자를 발라 넣었다. 그렇게 소비 욕구를 달랬다.
자본주의 입장에서는 궁색일지도 모르나, 개인적으로는 성숙해질 기회였다. 옷 있으면 옷 안 사도 되고, 집에 감자가 남았으면 샌드위치를 직접 만들어 먹으면 된다는걸 예전에는 몰랐다. 다다익선(多多益善)보다 충분히 갖고 있을 때 소비를 멈추면 더 행복했다. 최소한의 돈으로 최소한의 소비를 함으로써 알게 됐다.
처음에는 부자가 되고 싶어 봉투에 만 원 씩 꽂아 쓰며 살림을 했고, 다음으로는 적게 쓰는 습관이야말로 노후까지 안정감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확실한 대책임을 알게 됐다. 모은 돈은 넉넉해지고, 지출이 적어도 불편하지 않다.
덤으로 적은 돈으로 우아하게 사는 삶의 양식을 갖추게 된 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만큼 하며 산다. 돈 되는 일을 닥치는 대로 하지 않게 되었고, 여가 시간을 확보하여 어린 두 딸에게 따뜻한 닭칼국수를 끓여 준다. 돈에 휘둘리기보다, 생각하는 대로 살 수 있게 됐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
그리고 지금은? 청소년들이 '우리도 늙어서 죽고 싶어요'라고 부르짖는 기후 위기의 시대에, 절약이야말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임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좋은 방법, 최소한의 소비
요즘 돈을 쓰면 죄책감이 든다. 새 물건을 살 때마다 부끄럽다. 이런 기분에 구태여 없는 용어라도 만들어보자면 '소비 수치심(consumption shame)'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2010년부터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라이트 셰임(flight shame)' 운동의 연장선이랄까.
온실가스 주범인 비행기를 타는 데 부끄러우니 비행기를 덜 타자는 플라이트 셰임 운동과 더불어, 소비 수치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탄소배출물 때문이다. 새 물건 하나가 생산, 유통, 폐기될 때 탄소배출물이 뿜어져 나온다.
같은 논리로 새 물건 하나를 덜 사는 것만으로도 물건 하나를 덜 생산하게 된다. 잠재적 탄소배출물을 우리 힘으로 막을 수 있다. 돈을 덜 쓰는 일. 그 자체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쉽고 근본적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