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 찾은 불암산 경수사. 산과 나무는 물론 대웅전 처마에도 흰 눈이 소복이 쌓였다.
Romain
마침내 마지막 계절, 겨울에 도착했다. 겨울은 개인적으로 등산하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헐벗은 나무와 적막 속에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를 듣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푸른 하늘보다도 밝은 새하얀 땅, 그 뒤바뀐 매력은 맑은 날 밤에 특히 더 빛난다. 코와 허파를 통과하며 들어오는 차가운 공기가 얼굴과 피부를 찌르고, 나의 호흡을 뿌옇게 가시화시킨다.
이 추위는 지금 산을 오르는 나와, 나를 둘러싼 산의 모든 생명체가 지속적으로 맞서야만 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따스한 날이 찾아올 때까지. 이는 폭포를 반 정도 흐르다 얼어버린 물의 생각과도 비슷할 수 있다.
'나는 언제 다시 흐를 수 있을까?'
지친 등산객은 생각한다. '언제쯤 하산 후 따뜻한 샤워를 즐길 수 있을까?' 나무와 산과 대웅전 처마, 그 모든 것을 감싸안고 있는 눈은, 생명체가 가진 따스한 봄에 대한 기대를 상징하는 듯하다. 절도 비슷하다. 멸종하는 인간이 가진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품고있는 이곳은 마치 겨울 산 속 피난처 같다. 비록 사라진 우리에겐 더 이상의 봄이 없겠지만.
참고로, 경수사는 불암산 서편 아랫쪽에 위치하고 있다. 높지 않은 곳이어서 큰 어려움 없이 닿을 수 있다.
* 원고 번역 및 정리 : 김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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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참 이상한 말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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