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회원들이 지난 2018년 12월18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해 암보험금 지급을 미루는 보험사를 규탄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사에 종합검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유성호
"망자에 대해선 당연히 애도합니다. 인간으로서, 사람의 도리로서는요. 그런데 (이건희 회장의) 업적 이면에선 피해자들이 이렇게 피눈물 흘리는데... 이 설움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보암모) 김근아 대표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별세 소식에 대한 복잡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30일로 291일째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김 대표를 포함한 5명의 암환자들은 삼성생명을 상대로 보험약관대로 암 입원비를 지급하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이들과 같은 처지였던 암보험 피해자가 대법원에서 승소한 이후 2년 뒤 금융감독원에서도 보험사들에게 암 입원비 지급을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은 여전히 이를 외면하고 있다. 금감원 권고에는 법적 강제력이 없어서다.
김 대표는 "삼성생명은 고객 돈으로 성장한 회사인데 그 돈으로 이 회장은 (병상에 있었던) 6년 동안 배당금을 1조8000억원이나 가져갔다"며 "정작 보험계약자들은 예전부터 내온 보험료에 대한 보험금을 정당하게 받지 못해 여기서 살고 있으니, 마음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재계의 조문 행렬, 또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바라보며 그는 더 큰 좌절감을 느꼈다. 김 대표는 "대항하고 싶어도 이제는 대항할 길이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조문 기사를 보고 나니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고, 하소연할 곳은 아무 데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진정한 기업의 오너라면 이런 문제부터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금 줄이려 온갖 수단 동원... 복잡한 생각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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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별세 소식을 들은 뒤 심경이 어땠나요?
"조금 전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 6년 동안 받은 배당금에 대한 보도를 봤어요. 정당하게 계약했던 보험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삭감하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는 삼성의 행태가 (떠오르면서)… 여러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 삼성생명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저를 포함해 5명이 지금 이곳에 남아있습니다. 오늘로 288일째에요. (이 회장 장례 중인) 어제도 삼성은 가처분 결정에 대한 반박 서류를 보내왔습니다. 삼성생명 본사 2층의 폐쇄된 영업장에 저희가 들어와 있잖아요. 삼성은 이게 불법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저희는 고객창구인 여기가 개방돼 있을 때 들어왔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삼성은 저희 때문에 이곳을 폐쇄했다고 해요. 그러면서 손해배상액 6~8억원을 청구해둔 상태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몇 가지 행동 제재 목록을 만들었고, 이걸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삼성생명이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했다면 암환자들이 이곳에서 지낼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저희는 행동 제재가 부당하고, 이를 위반한 사실도 없다는 내용으로 이유서를 제출했습니다. 거기에 반박하는 서류를 삼성이 어제 보낸 거죠."
- 삼성생명만 그렇게 대응하고 있나요?
"아닙니다. 삼성 계열사 7곳이 저희에게 (소송 등을) 걸었어요. 총 5건이 엮여있는데 형사, 민사로 싸우고 있습니다. 이 근처에 있는 삼성화재·증권·자산운용 같은 계열사들이 집회로 인한 소음·명예훼손 등으로 소송을 걸었지만, 저희는 어긴 것이 거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현령비현령이라고, (고소·고발로) 걸 수 있는 건 다 거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삼성에 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려는 것 아닌지,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