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에서 바라본 너른 초원
이강진
우리 동네에서 조금 내륙으로 가면 타리(Taree)라는 동네가 있다. 이 근처에서는 가장 큰 동네다. 관공서는 물론 상점도 이곳에 몰려있다. 색소폰 하나 들고 가입한 밴드 그룹도 타리에서 모인다. 따라서 자주 찾는 동네다.
고속도로를 따라 가다 타리 근처에 도달하면 높은 산들이 줄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산림이 울창한 국립공원들이 있는 곳이다. 오래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높고 광활한 산세가 마음을 끌기 때문이다.
같은 밴드에서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칼리(Kali)라는 할머니가 이 동네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네 토박이다. 칼리를 앞장세워 국립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약속 날짜를 잡고 집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외진 산속에 살기 때문에 네비게이션이 자기 집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집에서 가까운 무어랜드(Moorland)라는 동네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국립공원을 둘러보기로 한 날이다. 주유소에서 기름도 채우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고속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눈에 익은 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칼리는 이미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반갑게 인사하고 안내를 받으며 산으로 향한다. 안내자가 있으니 든든하다.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조금 운전해미들브라더 국립공원(Middle Brother National Park)으로 들어선다.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에 세 자매 바위가 있다면 이곳에는 세 형제라는 국립공원이 있다. 그중에 산세가 가장 높은 미들브라더 국립공원에 온 것이다. 도로는 물론 비포장도로다.
칼리가 제일 먼저 안내한 곳은 버드 트리(Bird Tree)라고 부르는 거대한 나무가 있는 장소다. 나무를 보니 오래전에 왔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관광객이 주로 다니는 도로가 아닌 샛길로 와서 그런지 처음 온 기분이다.
한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고목이다. 높이가 69m, 둘레가 11m나 되는 나무다. 뉴사우스 웰스(Nsw South Wales)에서 높이는 두 번째이지만 크기로는 가장 큰 나무라고 한다. 관광객이 나무 주위를 둘러볼 수 있도록 난간이 있는 보도도 만들어 놓았다.
나무 주위를 걷는다. 그런데 난간 위에 돋보기가 얌전히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관광객이 놓고 갔을 것이다. 잠시 벗어놓았다가 깜박한 것 같다. 고목에 너무 심취했었나 보다. 안경 주인이 다시 찾으러 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안경을 제자리에 두고 목이 아프도록 나무를 올려보며 시간을 보낸다.
제일 높은 나무를 중심으로 울창한 숲을 사진에 담는다. 그러나 어떠한 구도로 찍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수많은 고목으로 들어찬 숲속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사진으로 살려낼 자신이 없다. 사진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