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에서의 봉사활동장작을 실은 수레를 끌고 가는 선우
최원훈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목소리를 높일 때가 있지만, 화가 가라앉으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 담임인 필자는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선우와 봉사활동 학생들을 데리고 '치유의 숲'으로 간다. 산책로를 만들면서 베어낸 참나무와 소나무를 함께 옮기고 장작으로 쓰기에 적합한 크기로 톱질을 한다. 도끼질은 위험해서 필자가 도끼로 패서 장작을 만든다.
대전소년원 학생들에게 가마솥 라면을 끓여줄 때 쓸 장작들이다. 겨울에 군고구마통에 넣을 장작이기도 하다. 선우는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숲에서 나무를 옮기고 톱으로 잘라 장작을 만들어 불을 피우는 과정을 체험하고 있다.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인내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 소년원생에게 가장 필요한 깨달음을 체험을 통해 얻는 것이다.
민생이란 무엇인가
'소년법 폐지·개정 및 촉법소년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은 지금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가장 많은 답변을 이끌어낸 주제이다. 하지만 소년사법체계와 관련된 정책은 주요 국정현안으로 추진되지 못한 채,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소년법 개정과 관련하여 수십 개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된 것은 하나도 없다. 대부분이 들끓는 여론의 법 감정을 달래기 위한 보여주기 식 법안 발의였기 때문이다.
또한, 소년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소년법 개정 및 촉법소년 연령 햐향, 보호주의와 엄벌주의에 관해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신문·방송에서 토론을 하지만. 전문가들만의 토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법안 발의와 토론의 대상이 비행청소년이고 이들은 미래의 소중한 국가 자산이 아닌, 혐오와 엄벌의 대상으로 언론 기사와 댓글을 통해 배설적으로 소비되기 때문이다.
선우는 6개월 후에 퇴원하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 선우 같은 무의탁 우범소년에게 절실한 것은 제도적, 실질적 지원이다.
민생, 경제, 복지는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다. 검찰 개혁과 부동산 대책 등의 주요 국정과제도 중요하지만, '11살 우범소년의 민생'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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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보호직 공무원입니다. 20년 동안 소년원, 소년분류심사원, 보호관찰소, 청소년꿈키움센터에서 위기청소년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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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원 6개월 연장, 11살 소년은 갈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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