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찻집 마주이야기 대표 이선아 님이 강의를 이끌었다.
인수마을밥상
10월 10일(토), '지구별에 사는 아름다운 생명,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사랑할까'를 주제로 강의가 열렸다. 인수마을밥상에서 주최한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듣는 환경과 먹거리 이야기' 첫 강의로, 어린이 10여 명과 부모 중 한 명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참여했다.
강의를 이끈 이선아 님은 강북구 인수동에 위치한 마을찻집 마주이야기 대표로, 유기농 순식물성 재료로 차와 빵을 내며 4년째 마을 사랑방으로 찻집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강의는 동물과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를 돌아보고,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을 새롭게 살펴보는 시간으로 꾸려졌다.
야생동물=야생동물+서식지
"제가 만난 동물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어릴 때 할머니 댁에 가면 집 바깥에 뒷간이 있었는데요. 그 뒷간 바로 옆에 소 외양간이 있었어요. 깜깜한 밤에 혼자 뒷간에 가는 게 정말 무서웠는데, 그럴 때면 옆에 있는 소 친구들이 참 든든하고 고마웠어요. 크고 맑은 눈을 끔뻑이며 '넌 혼자가 아니야' 하고 얘기해주는 것 같았지요. 시골에서는 동물이 '친구' 같은 존재였는데, 도시로 오면서 그 연결고리가 끊어지고 말았어요."
이선아 님은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를 들려주며 강의를 시작했다. 오늘날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단절을 넘어 생명감수성의 부재로 이어진다. 전쟁과 산업화로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지금까지 사라진 야생동물만 100만 종에 이른다.
"야생동물의 몸은 서식지와 떼서 생각할 수 없어요. 서식지는 그 생명이 터한 곳을 말해요. 수백만 년 전부터 대대손손 이어져온 먹을거리, 기후 등 전반적인 삶의 환경을 말하지요. 야생동물은 생태적인 존재이고, 서식지와 도움을 주고받지 못하는 관계에 놓이면 살아갈 힘을 잃게 돼요.
우리나라도 원래는 야생동물이 많은 나라였어요. '범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범이 많았지요. 조선시대에는 개체수가 너무 많아서 호랑이와 표범 사냥을 허락했다고 해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은 동물들을 적극적으로 죽이는 정책을 폈고, 사냥을 풍류처럼 즐기기도 했어요. 한반도에 흐르는 범의 늠름하고 용감한 기상을 꺾으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전해져요. 그래서 해방 후에 범, 곰, 사슴 등 야생동물이 거의 전멸상태가 되었지요. 또 이후에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많이 훼손되었고, 1970년대 이후 산업사회가 되면서 자연 파괴는 더 심각해졌어요."
산업화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빠르게 진행되었다. 공장들이 들어서면서 동물들의 서식지에 콘크리트 도로가 깔리고, 가공식품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팜나무를 키우기 위해 숲이 깎여나갔다.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호주 산불은 기후변화로 온도가 상승하고 건조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결과다. 이선아 님은 이러한 거대한 산업화의 생태계 파괴 외에도 우리 일상에 맞닿아 있는 사례들을 이야기했다.
끊어진 관계, 동물원과 동물축제
"동물원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동물 친구들을 본 적 있나요? 가족과 뚝 떨어져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피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인다는 것만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예요. 진화적으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이지요.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고통, 산불, 물에 빠져 질식하는 고통 모두 자연계에 원래 존재하는 것이지만, 한 공간에 갇혀 사육당하는 고통은 동물들에게 큰 아픔을 줍니다. 이런 곳에서 동물을 만나면 '동물은 저렇게 만나도 되는구나.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구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심기게 돼요."
최근에는 문을 닫는 곳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동물원과 수족관은 아이들의 놀이터다. 야생에 있었더라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을 동물들은 학대 속에서 강요받는다. 코끼리들은 아기, 엄마, 할머니 코끼리가 한 가족인 모계사회를 이룬다. 만약 위협이 생기면 코끼리 가족은 아기 코끼리를 가장 안쪽에 두고 어른 코끼리들이 주변을 둘러싸는 '번칭'이라는 행동을 한다. 쇼를 위해 데려오는 코끼리는 대부분 길들이기 쉬운 아기 코끼리인데, 그렇다면 다른 어른 코끼리들을 해치거나 죽여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고 많이 찾는 동물축제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조작과 생태계 파괴를 감행해야 가능하다.
"산천어축제에 매년 백만 명 이상이 와요. 한 지역, 한 철에 백만 명 이상이 와서 산천어를 잡는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지요. 이 아이들은 모두 양식으로 키운 것들이에요.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천바닥을 긁고 강의 흐름을 막아야 해요. 거기에 130만 톤의 산천어를 풀어놓는데, 그것도 모자라 외래종을 수입해 풀어놓아요. 환경파괴와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지요. 축제 이름에 '산천어'가 붙는데, 이 축제가 과연 산천어를 위한 것일까요? 진실은 그렇지 않아요. 반딧불이축제, 나비축제 등 이런 축제들은 다양하게 있어요. 많은 사람이 한정된 공간에서 이렇게나 많은 한 종류의 생명을 만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아요. 이름만 축제일 뿐, 생명들에게 아픔을 주는 행동입니다."
인간에게 인권이 있듯 동물에게도 있는 '동물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