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고질적 정쟁 해소의 한 출구, 관직의 독점 해소와 개방

조선시대 당쟁의 역사적 교훈

등록 2020.10.19 12:04수정 2020.10.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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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의 대표적인 고질병 중의 하나는 바로 '끊임없는 정쟁'과 이른바 '반대를 위한 반대'다. 그래서 국회는 언제나 진영이 갈리고 찬반양론으로 나뉜 채 무조건 상대방에 대해 반대하면서 싸우고 또 싸운다.

우리 정치의 가장 고질적인 이 정쟁, 과연 해답은 없는 것일까?

조선시대 당쟁은 왜 극심했을까?
- 당쟁, '관직을 비롯한 자원 배분권을 독점하는 국가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사생결단


조선시대 역사를 보면, 당쟁이 끊임없이 지속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도대체 왜 당쟁이 그토록 극심했을까? 일제 식민사관은 당쟁의 원인을 우리의 '민족성' 탓으로 돌렸다.

그러나 필자는 당쟁이란 근본적으로 자원 부족이라는 조선시대의 객관 조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판단한다. 당시 기본적으로 자원이 부족하고 먹을 것도 부족했다. 이렇게 자원이 부족하니 필연적으로 국가의 벼슬자리, 관직도 극히 제한됐다.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한정된 관직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치열한 경쟁을 개인만의 힘으로 승리를 쟁취하기 어려워지자 점차 집단화되었고, 결국은 패거리와 당파가 만들어졌다. 이들 당파를 중심으로 '관직을 비롯한 자원 배분권을 독점하는 국가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사생결단이 전개되었고, 이는 피비린내 나는 살벌한 권력 투쟁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곧 당쟁이었다.

조선시대의 실학자이며 지리학자였던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擇里志)에서 당쟁이 발생하는 이유를 사간원, 사헌부, 홍문관 등 삼사와 이조 전랑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고 모두 이 자리들을 놓고 싸움을 벌인다고 분석하였다.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우리 사회는 자원 부족이라는 전통의 영향 때문인지 '자리'는 여전히 항상 지극히 제한적으로 제공될 뿐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의사수를 비롯하여 변호사수는 선진국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다. 법관수 역시 마찬가지이고, 공무원 숫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수요에 비하여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고위 공직'의 관료 독점을 해체하고 전면 개방해야


우리는 당쟁의 역사적 연원에 대한 추적으로부터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즉, 오늘 우리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전개되는 치열한 정치싸움, 정쟁(政爭) 역시 그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제한된 '관직'을 둘러싼 사생결투라는 분석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정쟁을 해소시키는, 최소한 완화하는 한 유력한 방안은 곧 '공직'의 독점을 해소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상기한 바대로, 의사를 비롯하여 변호사, 법관 등 '제한된 숫자의 유지'로써 '특권 유지'의 구조가 재생산되고 있는 '사회 최상층 직업군'의 숫자를 확대해야 한다. 특권은 감소시키고 숫자는 확대해야 한다.

특히 '고위직 공직'이 전면 개방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직'은 관료들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고위직' 역시 관료들에 의해 독점되면서 민간의 진입은 기본적으로 차단, 봉쇄되고 있다. 이렇게 하여 극히 제한된 고위 공직을 둘러싼 권력투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본래 정부가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정책 실행에 부합하는 고위직 인사들을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에서 모두 그렇게 시행된다. 하지만 우리 공직 사회는 전체적으로 관료들에 의해 장벽화되어 차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그 차단의 논거로서 이른바 낙하산 이데올로기가 동원된다. 결국 정부가 실제 임명할 수 있는 '고위직'은 대단히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렇게 하여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크게 약화된 채 관료집단에 의한 사회지배 구조는 완강하게 재생산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제한된 공직'을 둘러싼 쟁탈전은 정치권 정쟁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된다.

따라서 '고위직'에 대한 관료집단의 독점을 해체하고 대신 전면적으로 개방해야 한다. 각계 전문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유능한 인사들에게 지금 폐쇄되어 있는 '고위직'의 문을 개방하고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 이 개방에는 관료 출신을 배제하지 않는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여기에서 개방의 목적은 관료 배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료의 공직 독점 해소에 있다는 점이다! 대신 고위직의 특권 역시 폐지한다. 이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정쟁의 중요한 하나의 출구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정쟁 #역사교훈 #당쟁 #관직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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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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