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 위의 칠면조 독수리(좌), 날아 오르는 칠면조 독수리 (우)머리 생김새가 칠면조를 닮아 칠면조 독수리로 불린다.
김상대
언뜻 보니 까마귀 같기도 한데 덩치가 훨씬 더 큰 것이 까마귀는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몸집에 비해 머리는 굉장히 작고 칠면조 머리처럼 붉은 색을 띠고 있었다.
"칠면조가 전봇대 위에 올라가 있나? 어? 그런데 칠면조는 날지 못하는 새 아닌가?"
그러고 보니 가까운 들판에도 검은 새들이 4, 5마리가 더 있었다.
"아~ 칠면조가 곡식 찌꺼기를 먹고 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커다란 검은 새들이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칠면조가 아니다. 날개를 쫙 펴고 하늘을 여유있게 나는 모습을 보니 솔개나 독수리 같은 종류였다. 도대체 뭘까? 집에 와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머리 생김새가 칠면조를 닮았다고 칠면조 독수리(Turkey vulture)로 불리는 독수리 종류 중 하나였다.
"세상에… 칠면조와 독수리가 하나로 합쳐진 새가 있다니…"
그때부터 모든 새들의 이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새를 보면 사진을 찍어 구글 포토 검색으로 새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산이나 공원을 다닐 때마다 만나는 새들을 검색해 보니 검정 딱새, 찌르레기, 파랑새, 울새, 꾀꼬리 같은 새로운 새들을 알게 되었다.
새들의 이름을 알고 나니 새 울음소리조차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치 아무 관계가 없던 남남이었던 사람들이 이름을 알고 난 후부터 '아는 사이'가 되는 것처럼. 그리고 나서 공원에서 이름을 알게 된 새를 보게 되면 이제는 '아는 사이'가 된 것처럼 반가워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또 호기심이 생겨 만나는 새들마다 그들의 특성을 인터넷으로 찾아 공부했다. 그리고 다시 공원이나 바닷가에서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다보니 또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