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에서 성호초등학교 사이 오동서1길 돌담 골목길에 조성된 '독립운동가' 김명시 장군 관련 벽화.
윤성효
"지금은 김명시 장군을 응용할 단계가 아니다"
김명시 장군의 벽화에 대해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 대표는 14일 전화통화에서 "지금은 김명시 장군을 응용할 단계가 아니고, 그 분의 당당한 독립운동정신을 시민들에게 알려야 할 때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의연하면서도 생사를 넘나드는 독립투쟁을 해온 사실부터 먼저 알려야 한다. 김명시 장군을 기리는 사업이 아무 것도 없다. 기리는 사업부터 먼저 해야 할 때다"며 "지금은 그 분을 상징화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창원지역 한 인사는 "김명시 장군의 이미지를 현대화한다고 하더라도 경찰의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더군다나 개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두만강 국경지대에서 독립군을 수색하던 일본경찰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작가가 현대 감각에 맞게 그렸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싶다"고 했다.
구자환 영화감독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나는 '그라피티'를 보는 순간 불편해졌다. 내게는 김명시 장군의 참담하고 불행한 죽음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명시 장군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구 감독은 "그의 비극적 죽음에 대한 나의 감정과는 달리 '그라피티'는 김명시 장군의 슬픔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방 이후 처절했던 현대사와 독립운동사가 안 보인다. 비운의 항일독립운동가 '김명시'와는 감정이입 또한 되지 않는다"며 "시민과 친근한 이미지로 그를 소환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불행하고 참담한 삶은 외면했다"고 덧붙였다.
또 구 감독은 "당대의 친일반공 경찰에게 체포된 이후 주검이 된 그가 경찰복을 입고 선 모습은 차라리 슬프다"며 "'안전 지킴이' 컨셉이지만, 김명시 장군의 입장에서 보면 이기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구자환 감독은 "친근함만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김명시는 변질된다. 일제강점기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의 당당함, 독립의 강한 의지를 담은 '백마 탄 여장군 김명시'가 없다. 해방조국에서 환영받지 못한 그의 슬픔과 고뇌도 없다"고 했다.
이어 "자의적 해석의 결과로 역사성은 사라지고 친근한 인물로만 남았다. 이런 기획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며 "그런데 일의 순번이 바뀌었다. 긍정적 결과를 나으려면 김명시라는 인물의 대중화가 전제되어야 했다. 불행히도 아직은 많은 사람이 그를 알지 못한다. 저항예술이라고 해도 역사적 사실을 먼저 알리고 중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젊은 세대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자"
이번 사업을 추진했던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여성친화 거리 만들기로 기획되었고, 기획부터 진행까지 시민 참여가 이루어졌다"며 "잊혀진 여성 인물을 찾아 알리자는 의미로, <마산 여성 이야기>라는 책을 내고 그 가운데 김명시 장군을 길에 담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명시 장군은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을 했고, 그동안 외면 받아 왔다"며 "지금은 생가터 표지판 이외에 아무런 기념물이 없는데, 보다 친근하게 알리자는 의미로 대중화 작업을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골목에 사는 주민들이 불편한 벽화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보고, 주민 대면조사를 통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며 "지금까지 주민들은 벽화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소리가 없다"고 했다.
벽화 작업을 한 최성욱(레오다브) 작가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었다"며 "지금까지 보면 독립운동가는 초상화 이미지 같았는데, 젊은 세대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그렸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친구들 눈높이에 맞게 표현했다. 자랑스러운 역사 인물을 이번 기회에 찾아보고 하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시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