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코로나19 장기화, 세금 어디에 써야 하나

노원구 1호 복지안 선정 주민투표를 준비하며

등록 2020.10.14 16:04수정 2020.10.1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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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 '감염으로 죽기 전에 굶어 죽게 생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주민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내는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는지 제대로 점검해야 한다. 또 어디에 쓸 것인지 의견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는 노원구의 2019년 재정현황, 2020년 6월까지의 집행현황을 파악·분석했다. 그 결과 2019년 쓰지 않고 묵힌 돈(순세계잉여금)이 1042억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노원구가 재정자립도는 열악한 데 비해 재정자주도(노원구가 자율로 집행할 수 있는 재원)는 매우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노원구 2019 예산집행 잔액 내역. 사회복지 부분에서 가장 잔액이 많이 발생했다. ⓒ 권민경


  먼저 순세계잉여금을 살펴보자. 노원구청은 지난 2019년 세입 총액 1조 1494억원 중에서 9380억을 쓰고 2114억원을 남겼다. 이 가운데 국비와 시비 1071억을 반납한 뒤 남은 금액이 1042억이다. 남은 돈 1042억원 가운데 사회복지예산이 358억 8천여만 원으로 가장 많다.

지방자치법에는 '수지균형을 맞추어 걷은 세금을 100%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이 적시되어 있다. 즉, 노원구민은 응당 누려야 할 1042억원 상당의 행정서비스를 받지 못한 것이다. 1042억이면 아동수당을 현행의 4배로 추가 지급할 수 있으며, 노원구 내 노인일자리를 8배 창출 할 수 있는 돈이다. 주민 53만 명에 일괄 배분하면 일인당 19만 원을 지급할 수 있다.

노원구는 지난 4월, 순세계잉여금과 보조금으로 총 520억여 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코로나19 예산 91억 7천만 원, 공원 등 생활 환경 개선 사업에 128억 8천만 원, 보육‧돌봄 등 복지 시설 지원에 137억 원, 문화체육과 주거환경 개선에 65억 9천만 원이 추가로 쓰였다. 추가경정 이전에 처음부터 주민을 위해 예산이 제대로 쓰이도록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이들이 '노원구 재정자립도는 최하위'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노원의 정책결정권자가 예산을 결정 또는 기피하는 데 좋은 핑계가 되어 왔다. 과연 낮은 재정자립도가 결정적인 문제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실제로 2020년 노원구 재정자립도는 15.77%로 최하위 수준이다. 재정자립도는 자체수입(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알다시피 지방세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부동산, 아파트, 땅 등을 샀을 때 내는 세금이다. 쉽게 말해 노원구는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땅값이 싼 동네이므로 지방세 비중이 낮고, 그래서 재정자립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정자립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노원구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인가에 있다. 바로 '재정자주도'이다.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지방세 편차가 큰 서울 25개 자치구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자율로 쓸 수 있는 재정, '자주재원'을 지원·보조해준다. 노원구의 자주재원은 2700억에 이른다.

자주재원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재정자주도)을 보면 53.32%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노원구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전체 예산의 50% 이상을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노원구 정책결정권자의 자율성이 높은데 반면, 주민의 권한은 턱없이 낮은 게 현실이다. 추경 포함 2020년 6월 기준 전체예산대비 노원구 주민참여, 주민자치예산은 0.18%에 그친다. 주민자치 시대로 나아가겠다는 노원구의 포부에도,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주민들의 의지에도 걸맞지 않은 수준이다.

노원구의 주인이 주민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정책결정과 예산편성에 대한 주민 권한을 더욱 높여야 한다.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는 '코로나시대, 노원구 1호 복지안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통해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복지정책을 결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투표는 9월 30일~11월 8일 40여 일간 홈페이지 '노원주민대회.com'에서 진행된다. 높은 투표율로 민심을 전하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진보당 노원구위원장입니다. 안마을 신문에 공동 송고했습니다.
#노원주민대회 #노원주민투표 #코로나복지안 #주민직접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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