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4일 고베항에 있는 대관람차에서 찍은 고베 전경. 왼쪽 붉은색 구조물이 고베 포트 타워다.
김진수
내가 일본을 찾는 이유는 보통 두 가지다. 휴식과 충전. 회사를 다녔을 때 하루 연차를 내고 주말과 휴일을 껴서 2박3일을 가장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곳은 일본이기도 했다.
올해 1월 3일 오사카에 간 이유도 그랬다. 오사카로 떠나기 2주 전 쯤 붙을 줄 알았던 한 회사의 면접에 떨어졌다. 면접에 떨어진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상실감도 컸다. 자연스럽게 비행기 티켓을 찾았다. 그렇게 오사카에 도착했고 다음 날인 4일 처음으로 고베시에 갔다.
고베에 도착하니 이국적인 거리와 야경이 멋있다는 고베항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관광객들이 자주 많이 찾는다는 로스트비프 덮밥집에 가서 친구와 한 그릇씩 먹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고베규(고베 소) 스테이크가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었다. 하지만 1인분에 3만 원 넘는 식사 금액은 여행일지라도 부담스러웠다. 언제 올지 모르지만 고민 끝에 "다음에 먹자"가 되었다.
여행의 묘미는 기대하지 않은 일에서 작은 기쁨을 얻을 때다. 산노미야 센타가지 상점가를 걷다가 식기를 파는 곳을 발견했다. 밥그릇과 젓가락을 하나씩 샀다. 저렴했지만 단단해보여 마음에 들었다. 고베항에 갔을 때, 펼쳐진 바다와 고베항의 랜드마크인 붉은색 고베 포트 타워의 빛깔도 좋았지만 정작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앙팡맨 어린이 박물관이었다.
한국에서는 호빵맨이라는 불리는 이 캐릭터를 마음껏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카레빵맨, 식빵맨, 메론빵맨 그리고 호빵맨의 영원한 적수 세균맨까지. 어릴 때 일본에 살았던 나에게 영웅이자 호빵맨을 고베에서 볼 줄이야.